콜럼버스가 후추 대신 사탕수수에서 새로운 '부의 기회'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가 카리브해 섬들을 거대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으로 바꾸고 노예노동으로 작동되는 구조를 만들지 않았다면 인종 차별의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17~18세기 중국에서 들여온 홍차에 설탕을 첨가해 마시는 습관이 유럽에서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지 않았다면 아편전쟁과 노예무역은 발생하지 않았을까?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감자, 토마토, 고추, 양파 등 우리와 밀접한 13가지 식물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추동하여 만들어낸 인류 역사에 관한 새로운 관점과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도, 바스쿠 다가마의 위대한 항해도,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최초 세계 일주 탐험도 후추를 향한 인간의 '검은 욕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대항해시대를 열고,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건설한 것도 모두 후추가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식물 감자,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빨간 열매 토마토, 거대한 피라미드를 떠받친 약효 양파, 세계사를 바꾼 '두 전쟁'의 촉매제 차, 산업혁명을 일으킨 목화, 고대 국가의 탄생 기반이 된 작물 벼,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콩,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 옥수수,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품경제를 일으킨 욕망의 알뿌리 튤립 등 식물 하나하나에 숨어 있는 흥미진진한 얘기가 펼쳐진다.

부산일보=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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