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차천 하류 쪽에 위치한 여차마을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마을이다. 사진은 여차마을의 전경.  김정은 kimjjung@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집도 지붕도 사람들도 생기고 나고 자란 그 모습 그대로다

김해시 상동면 여차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운치가 있다. 줄지어 서 있는 벚꽃나무 가로수들, 생림면과 경계가 되는 무척산, 그리고 산맥들을 구경하며 가다 보면 어느덧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마을에 가기까지 몇 번의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이 길이 바로 '여덟막고개'이다. 고개가 높아 여덟 번을 돌아가야 해 그렇게 불렸다는데 이곳에 묘 이장을 위해 명당을 여덟 번이나 찾아다녔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지고 있다.
 
▲ 여차마을로 가는 이정표
옛날에는 여차마을의 끝에 나룻배가 닿는 곳이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그곳에서 배를 타고 원동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마을이 생긴 지는 100여년이 훌쩍 넘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농사를 지을 만한 곳이 마땅찮아 힘들게 살기도 했단다.
 
"산에서 물이 많이 내려오죠. 몇 년 전만 해도 용산초등학교 운동장까지 물이 찼었으니까." 산의 계곡이 짧고 가파르다 보니 비가 많이 내리게 되면 아랫마을 쪽으로 물이 많이 찼었다고 마을 주민이 전해준다. 마을 옆을 흐르는 여차천에는 얼마 전만 해도 가재나 참게가 있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가물기도 하고 지하수를 이용하는 집들이 늘어나 물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용처럼 생긴 주변 산맥이 뻗어나가는 여차천 하류 쪽에 위치한 여차마을은 김해에서도 공장이 없는 깨끗한 청정지역으로, 아침이면 하얗게 서리가 내리는 곳이다. "여차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요. 집도 지붕도 마을 모습도 그대롭니다." 송택헌(74) 씨가 말했다.
 
온통 볏짚으로 지붕을 얹어 놓은 초가집들뿐이었던 마을은 새마을운동을 거치며 모두 콘크리트 기와집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최근에 새롭게 지어진 몇 집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 때 지어진 집 그대로란다.
 
지금은 주변 환경이 좋아 전원마을로 각광받는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여차마을의 어르신들에게는 마을의 뿌리를 지키고 보존해나가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는 듯했다.

윗마을 동용성·아랫마을 서용성 여차천 기준으로 나뉘어 살았어도
400년 된 당산나무 치성 드리며 개발의 광풍마저 비껴가며 살았다

▲ 크고 넓게 뻗은 400년 된 여차마을 당산나무의 모습
여차마을은 용성(龍城)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여차천 동쪽이 동용성, 서쪽이 서용성이다. 무척산이 있는 동용성에는 400년 된 팽나무가 운치있게 뻗어 있는데 이 팽나무가 바로 여차마을의 당산나무다. 낡은 새끼줄이 두어 바퀴 둘러져 있는 당산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잘 보존되고 있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직도 이곳에서 당산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여차마을 송지헌(71) 이장은 "마을에 좋은 일만 생길 수 있도록 음력 1월 14일이 되면 촛불을 켜고 새끼도 꼬아 둘러놓고 재를 지내고 있다"며 "지금은 재를 지내는 사람이 많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래전에는 당산나무가 있는 도로에 도자기를 만들 때 쓰는 백토가 깔려 있었다고 한다. 옛 문헌에도 나오듯 여차마을에는 가마터가 있어 도자기를 구웠다고 전해진다. 품질은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아직도 도자기 파편들이 곳곳에서 나오기도 한단다.

"예서 사는 데 더 바랄 게 없소만 버스가 좀 더 다녀주면 좋겠소"

▲ 마을회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
집집마다 하나씩 있는 감나무는 참감을 따다가 팔아 생계를 꾸려갔던 지난 시절을 말해주고 있었다. 약을 안 쳐도 한 가마니씩 땄다던 참감처럼, 지금은 사라졌지만 마을 곳곳에서는 버섯도 많이 났었다고 한다.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을 만나니 그렇게 수확한 농작물들을 가지고 10리 길을 걸어 배를 타고 갔던 원동장부터 철도 길을 따라 왕복 60리 길을 걸어가야 했던 삼랑진장까지 그 이야기도 다양했다.
 
"1970년대 중반만 해도 하루에 세 번만 버스가 왔었지.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그래도 시장에 갔다가 버스라도 끊기면 두세 시간은 길에서 놀아야 해. 차가 좀 더 다녀주면 좋지 않겠소?" 여기서 더 바랄 것이 뭐가 있냐며 손사래를 치던 어르신들의 작은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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