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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중독국가 대한민국나침반
  • 수정 2019.08.21 09:11
  • 게재 2019.08.21 09:08
  • 호수 435
  • 11면
  • 강미경 김해뉴스 독자위원·우리동네사람들 간사(report@gimhaenews.co.kr)
▲ 강미경 김해뉴스 독자위원·우리동네사람들 간사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작동하는 현대사회를 살다 보면,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데 가끔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개인 차원에서 개입하기 어렵게 굴러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장 볼 때가 특히 그렇다. 손닿는 것마다 비닐 등 플라스틱 포장은 기본, 심지어 이중 삼중 포장도 적지 않다. 이쯤 되면, 알맹이보다 따라오는 껍데기를 산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당장 버려질, 그것도 우리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게 뻔한 쓰레기를 돈까지 지불하며 수북이 담는 미친 짓 혹은 우스꽝스러운 행렬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곳을 이용하는 한 선택의 여지도 피할 도리도 없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휩쓸린 것처럼.

'플라스틱 인류'라는 말에 누구나 공감할 만큼, 플라스틱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 깊숙이 파고들어 모든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튼튼함을 겸비한 저렴한 가격에 그 무궁무진한 활용가능성 덕분에 인류는 풍요와 편리함을 누리고 있지만, 그 뒤로 드리워진 짙은 그늘은 막 알려지기 시작했을 뿐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의 크기를 사실상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 1위, 포장재 플라스틱 사용량 2위, 비닐봉지 사용량은 핀란드의 100배가 넘는다는 기록을 지닌 대한민국. 한마디로 세계 최고의 '플라스틱 중독국가'란 의미다. 거기다 재활용 등 쓰레기 뒤처리 수준은 가히 민망한 수준이다. 작년 중국발 '재활용 쓰레기 수입 중단' 선언이 야기한 '쓰레기 수거 대란'은 우리가 앓고 있는 이 병의 현주소와 심각성을 드러내 확인시켜준 계기였을 따름이다.

그런데 개봉과 함께 중국 전역에 엄청난 충격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중국의 이러한 재활용 정책 전환을 이끌어내는 데 기폭제가 된 영화 한편이 있다. 바로 2017년 서울환경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플라스틱 차이나(2016)'로,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수입한 폐플라스틱 처리 공장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두 가족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거대한 쓰레기더미 옆에서 플라스틱을 처리하거나 밤낮 안팎으로 태울 때 나오는 지독한 연기, 분진, 폐수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먹고 마시고 놀며 생활하는 사장과 고용인 가족의 모습에, 과연 우리와 무관한 일인지 먹먹한 가슴으로 자문하게 된다. 이 영화를 통해 막대한 폐기물을 생산해내는 세계의 '소비문화'와 중국사회의 '극심한 양극화의 그늘'을 꼬집고 싶었다는 감독은 한국인들에게 묻는다. 쓰레기를 정말 다른 나라로 보내고 싶나요? 이는 환경 문제를 떠나 도의적·법적 문제라며.

한편 환경부가 지난 해 5월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이 '생산 및 사용을 줄이기 위한 규제 강화'에 집중돼 생산자와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재활용 기술 및 사용처 늘리기, 플라스틱 포장지 재사용 등도 중요하나, 한계가 명백해 근본적 대안은 될 수 없다. 조금 불편하고 부담이 되더라도 '덜 쓰고 덜 생산하는 소비패턴의 변화'와 더불어 '강력한 제도적 뒷받침'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불가피한 이유다. 나로 인해 환경과 타인을 병들게 하지 않도록 가능한 적게 배출하고 배출한 쓰레기 처리과정에도 관심을 두는 '감수성'과 '책임감'이 요구되며, 거시적 안목에서 정책을 세우고 모두 긴밀히 '협업'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쓰레기 저감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며 '삶의 태도'에 관한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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