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혜정 시조작가

요즘 유튜버(YouTuber)가 대세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만 해도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이 대부분 대통령이나 판·검사였는데 요즘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유튜버도 많다고 한다. 유튜버는 유튜브라는 인터넷 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개인 업로더들을 지칭하는 말로 구글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으며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구독자 수가 많으면 이 수익이란 것이 일반인들의 입을 쩍 벌리게 하는 엄청난 숫자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너도 나도 유튜버를 꿈꾸는 지도 모르겠다.

몇 달 전 딸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다며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방송을 보여주었다. 집안의 막내딸이어서 '막례'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는, 여자라는 이유로 공부할 기회도 없이 집안일만 했단다. 남자를 잘못 만나 인생이 꼬인 할머니는 50년을 더 죽어라 일만 했는데 71세가 되던 해 인생이 뒤집어졌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박막례 할머니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진단을 받자 손녀인 유라가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할머니를 모시고 호주로 효도 여행을 떠났다. 여행지에서 찍었던 영상을 가족들끼리 단체 채팅방에 공유하게 위해 유튜브에 올렸는데 이것이 대박이 난 것이라고 하였다. 딸이 보여 준 영상은 박막례 할머니의 43년 식당 경영 은퇴식도 있고 할머니가 구글 CEO를 만나는 영상도 있었다. 유튜브 CEO에 이어 구글 본사 CEO를 만났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구글 본사 CEO를 만나는 과정에서 할머니가 보여준 인간적인 행동도 감동적이었다. 할머니 유튜브 영상은 할머니 자신만의 음식 레시피, 브이로그(일상을 촬영한 영상콘텐츠), 메이크업 비법 등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표현되고 있었다. 딸이 나에게 유튜브 방송을 해 보라고 권했을 때 나의 인성이나 내면적인 힘보다 기획력이나 지식적인 면이 부족해 할 수 없다고 포기한 것이 안타까웠다. 영상을 시청한 후에 내가 제2의 박막례 할머니가 되어야겠다고 말했더니 딸이 웃으며 "에이, 엄마 제2의 전현무가 되겠다고 했던 아나운서 장성규는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요즘 대세로 떠오르는 가장 핫한 유튜버가 되었어요. 유튜브 상에서는 그는 제2의 전현무가 아니고 제1의 장성규예요. 엄마도 제2의 박막례 말고 제1의 진혜정이 될 수 있을 거예요"라며 격려해주었다. 장성규는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을 3번이나 치르고, 그 이후에도 7년 동안 노량진에서의 취업 수험생활을 했던 사람이다. mbc 아나운서 최종 면접에서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고, 후에 jtbc 아나운서가 되었지만 방송국을 나와 개인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고 지금 대세인 유튜버가 되어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고 한다. 많은 직업에 도전한 그였는데 그는 지금 인생 2장을 성공적으로 열고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나는 평생 하나의 직업만을 가지고 살았는데, 앞으로는 한 가지 직업만 갖고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인생 2장에서 나는 무엇을 하며 살까? 몇 년 전에도 나는 34년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까 하는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는데 이제부터는 여행도 다니고 휴식을 취하며 일도 욕심도 다 내려놓고 쉬고 싶은 생각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왠지 직업이 없다는 것이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생산적인 일을 꿈꾸게도 되었다. 내가 말을 조리 있게 잘 하니까 자격증을 따서 공인중개사가 되고 싶기도 했다가 예쁜 옷을 파는 가게 주인이 되고 싶기도 했다가 맛있는 커피숍이나 분위기 있는 찻집 주인이 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인생 2장이 꼭 돈과 직결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기 인생의 형태를 만들어가려는 모든 시도는 삶의 예술이 되고 있고, 빌헬름 슈미트는 좋은 삶이 결코 안락한 삶이나 성공적인 삶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좋은 삶이란 무엇보다 잘 살아가는 삶이고 성공은 돈으로만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성공적이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나의 인생 제2장은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서 더불어 사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은퇴 후 귀농을 해서 잡초와 더불어 살아가도 좋고 공기 좋은 산속에서 약초와 더불어 살아가도 행복할 듯하다. 물론 박막례 할머니나 장성규처럼 자신이 즐기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공감대도 얻고 보람도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시조를 쓰고 그 시조를 손 글씨로 적어 그냥 유튜브에 올려만 보아도 행복하겠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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