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건축 미학 '타이베이 101'
660t 강철 추로 건물 흔들림 방지
무른 땅에 2만 개 말뚝 박아 고정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환경·기술적 문제 극복하고 만든
세계 건축물들 재미있는 이야기 담아



타이완 타이베이시에 있는 509m 높이의 '타이베이 101'은 독특한 건축 미학으로 유명하다. 탑과 대나무 줄기에서 영감을 받은 건물은 여덟 개의 사다리꼴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마치 식물의 줄기처럼 땅에서 박차고 나온, 솟아오른 생명체 느낌을 준다. 녹색이 감도는 색조 유리창을 보면 이런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이 건물은 87층과 92층 사이에 걸려 있는 거대한 강철 구조로도 유명하다. 660t에 달하는 강철 추는 세계의 초고층 건물에 내장된 추 가운데 가장 무겁다. 하지만 이 추는 태풍이나 지진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한다. 건물이 태풍이나 지진에 흔들리면, 추도 함께 흔들리며 건물의 움직임을 흡수한다. 2015년 8월 태풍 사우델로르가 타이완을 휩쓸었을 때, 돌풍의 최소 풍속은 시속 170㎞였지만, 타이베이 101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은 고대 로마의 아파트 인술라부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할리파까지 거대한 건축물에 숨겨진 은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고대 로마부터 중세 건축, 근현대 고층 빌딩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기술적 도전을 극복해낸 유명한 건물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다.

저자는 거대한 건축물을 만드는 영국 출신의 구조공학자다.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더 샤드(The Shard) 설계팀에 참여했다. 저자는 건축의 연대순이 아니라, 건물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 자재와 요소로 분류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예를 들어 흙, 물, 벽돌, 바위, 금속으로 책의 챕터를 나눴다. 다양한 건축 재료와 특성으로부터 시작해 19세기 건축과 공학 분야에서 수많은 난제를 해결한 환상적인 방법과 주인공들의 일화도 소개한다.

건축 재료인 벽돌 관련 부분 중에 중국 만리장성 축조에 끈적거리는 쌀을 사용했다는 대목에 눈길이 간다. 벽돌 한 장을 쓸 만한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풀 또는 모르타르로 각각의 벽돌을 붙여서 온전한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회반죽을 만들기 위해 석고를 썼다. 석고가 물에 취약하다 보니 이집트인들은 생석회 모르타르라는 다른 혼합물도 사용했다. 이 재료는 건조되는 동안 강해지고 석고보다 회복성이 좋다.

다른 성질을 주기 위해 모르타르에 다른 재료를 섞기도 하는데 중국은 만리장성 축조에 모르타르를 썼다. 만리장성에 사용된 모르타르에는 끈적거리는 쌀이 조금 들어 있었다. 쌀의 전분 성분은 모르타르를 돌과 잘 붙고 유연하게 해준다. 벽이 조금씩 움직이거나 가열되고 냉각될 때에도 쉽게 금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멕시코시티는 도시 일부가 호수 위에 세워져 있어도 침몰하지 않는다. 특히 아즈텍과 스페인의 역사적인 건축물이 있는 도심은 호수 위에 있다. 28m 아래 땅은 무르지 않고 단단하다. 그 위로 부드러운 흙이 덮인 땅은 매우 축축하며 약하다. 멕시코시티 도심부는 지난 150년 동안 10m 이상 가라앉았다.

멕시코시티의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은 1573년 아스텍 피라미드의 기초 위에 지어지기 시작했다. 건축가 클라우디오 드 라르키니에가는 땅과 관련된 문제를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한 영리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길이 3~4m짜리 말뚝을 2만 2000개 이상 땅에 박아서 흙을 서로 고정하고 압축했다. 말뚝은 대성당 무게를 지탱하지 않고 토양의 강도만 높였다. 대성당을 짓는 사람들은 육중한 돌로 만든 평평한 단을 말뚝 위에 세웠다. 1993년 대성당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프로젝트팀은 대성당 전체를 보강해 상대적으로 평평하게 함으로써 대성당이 천천히, 균일하게 가라앉도록 조치를 했다. 1990년대 이후 대성당은 매년 60㎜에서 80㎜씩 가라앉고 있다. 과거에 비해서는 느리고 일정한 속도다.

고층 건물, 다리, 터널 같은 건축물을 중력, 바람, 물의 영향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 기술자와 공학자들의 노력에 감탄하게 된다.

부산일보=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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