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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은 출구다시론
  • 수정 2019.09.04 09:20
  • 게재 2019.09.04 09:17
  • 호수 437
  • 11면
  • 김용권 시인(report@gimhaenews.co.kr)
▲ 김용권 시인

불쾌지수가 높고 살벌한 뉴스들이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여기서 장식이란 말을 쓰기도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장식이란 말은 예쁘게, 고상하게 치장 한다는 것인데 살벌하고 인정미 없는 사건 사고에다 갖다 붙이는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에 인간을 인간답게 인식하는 시 한줄 매만지기도 사치가 아닌가 싶어진다. 우리는 어디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흔한 물음이지만 대답 하기란 매우 어려운 질문 앞에 있다.

매일 아침 출근길을 나선다. 쏜살같이 터널을 향해 간다. 이곳은 차량의 생각과 사람의 생각이 모이고 흩어지는 곳이다. 이곳을 통과해야만 다른 생산적인 목적지로 갈 수가 있다. 터널은 도로와 도로를 연결하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일반적인 터널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인간도 터널을 가지고 있다. 이 터널을 통해 연결되는 인간의 통로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공동사회 속에서 서로에게 서로를 주고 얻어내는 통로가 있는 것이다. 터널 입구에 가까울수록 서로의 사이가 가까워지고 둘의 그림자는 서로를 껴안고 진입한다. 이 무한하고 가능성 있는 다발성인 통로가 막히고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이미 소통불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어느 날 문득, 함께하는 아름다운 통로가 사라진다면 꾸는 꿈도 사라질 것이다. 얼마 전에 터널이라는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다. 집으로 가던 주인공이 갑자기 무너진 터널에 고립되고 만다. 주인공은 몇 개의 희망적인 것을 들고 구조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구조의 상황은 여의치 않고 많은 돌발변수를 야기한다. 이영화의 줄거리는 주인공의 생존기이지만 사회비판적인 성격을 가지고 고립 되고 분열되는 현대인의 터널구조를 그려내고 있다.

영화의 원작은 소재원이 쓴 소설<우리는 얼굴 없는 살인자였다>를 각색한 것으로 사뭇 영화는 원작과는 다르게 각색이 되었다. 영화에서는 재난구조시에 대두되는 사회적 부실과 모순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이 시대의 정의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막힌 터널에서 탈출해야 하는 우리들, 상업사회의 폐해와 집단이기주의를 꼬집으며 소통불능의 사회에 생생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사람과 사회와의 관계인 것이다. 또한 국가와 국가와의 관계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과의 갈등이 해결의 빌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건너야 하는 캄캄하고 긴 터널 앞이다. 우리나라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당하고 경제 속국의 내적식민지화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내적식민지란 식민지 역사가 종속되면서 착취당하고 억압당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일제 통치의 수모가 생생한 우리 국민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온 국민이 분노로 일어섰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어린 학생들까지 일제불매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의미심장하고 결의에 찬 우리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이 캄캄하고 암울한 국가적 터널을 넘어 신세계로 가려는 합심일체의 범국민적 자세인 것이다.

지구는 우주에 떠 있는 터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주로 난 긴 터널 속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행성표류자가 되는 것이다. 지구의 사람들은 우주의 꿈을 꾼다. 소행성 B612 별에서 온 어린왕자가 되어 환상의 우주철도를 타고 긴 터널을 통과하는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서로 소통하고 받아들이면서 인간본질의 소통의 의미를 되찾고 관계성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건너야 하는 우주의 터널 앞에 서 있다. 막히고 정체되는 터널 앞에 도달한 것이다. 인간에게 고독의 끝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저 터널 끝에서 끝난다고 말할 것이다. 침묵에도 터져야 하는 울음이 있고 아우성에도 감추어야 하는 분노가 있다. 이것이 너와 내가 건너야 하는 터널의 의지인 것이다. 터널은 빛과 어둠 사이에 존재한다. 세상에는 중요한 그 무엇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그 모든 것이 우리 앞에 존재하는 것이다. 어둠이 가장 처참하게 죽어가는 터널을 나는 지나간다. 터널은 입구가 출구인 통로인 것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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