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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점집, 봉리단길은 '공존의 길'
  • 수정 2019.09.17 17:06
  • 게재 2019.09.17 17:02
  • 호수 438
  • 1면
  • 이현동 기자(hdlee@gimhaenews.co.kr)
▲ 개성 있는 가게들이 모여 상권을 형성한 '젊음의 거리' 봉리단길에는 '점집 골목·신의 거리'로 불렸던 과거의 흔적들이 아직 남아있다. 사진은 카페와 점집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영업하고 있는 봉리단길 한 골목의 풍경. 이현동 기자


젊음의 거리,대표 관광지 부상
카페 등 30여 곳·점집 20여 곳 
한때 '신의 거리' 불리며 명성
과거·현재 '절묘한 동거' 눈길


 
과거와 미래세대의 공존, 올드플레이스와 핫플레이스의 조화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김해에서 이 같은 의문을 갖게 하는 지역이 있다. 바로 김해 관광명소 봉리단길이다.
 
봉리단길이 '신의 거리'로 불렸던 옛 모습과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현 모습이 공존하는 '융합의 공간'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봉리단길(김해대로2273번길)은 2030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통하며 김해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봉황동 일대를 말한다. 약 5년 전부터 카페·식당·잡화점 등 젊은 층의 취향을 공략한 점포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외부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올 만큼의 명소가 됐다. 김해시에서도 봉리단길을 지역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만들고자 보행환경 조성사업을 하는 등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봉리단길 일대는 십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신의 거리·점집 골목'으로 불렸을 만큼 무속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현재까지도 점집 문을 열고 있는 곳이 많다. 방문객들이 한번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장유 주민 강 모(27) 씨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점집이 눈에 많이 띄어 놀랐다. 카페보다 점집이 많아 생뚱맞다"고 말했다.
 
거리 곳곳에서는 'XX보살·XX선녀' 등의 간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옆에는 또 개성 있는 카페들도 동시에 볼 수 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는 노인들과 그 옆을 지나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함께 어우러진다. 봉리단길 일대는 카페와 식당·잡화점 등 젊은 취향의 가게들만 30여 군데 이른다. 점집도 아직 20여 곳 자리잡고 있다. 과거 '신의 거리'로 통했던 명성이 아직 남아 있는 모습이다. 
 
과거엔 봉리단길에 점집이 이보다 더 많았다. 줄잡아 40여 곳이 성업했다. 20여년 전이 봉리단길에 점집이 가장 많았던 시기다. 이곳에 점집이 많이 몰리게 된 이유는 분명치 않다. 
 
인근에 수로왕릉이 위치해 있어 좋은 기운이 맴돌고 있다는 설, 무척산의 기운이 내려오고 있는 터라는 설,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봉황대의 기운을 받은 터라는 설 등 여러 주장들이 있다. 공통되는 부분은 봉리단길 일대가 좋은 기운이 가득한 지역이기 때문에 점집은 물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됐다는 것이다. 
 
봉리단길에서 16년 째 점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무속인은 "봉리단길이 점집 골목으로 불리고 관광명소로 떠오른 데는 이유가 있다. 이곳이 선황(모시는 신)의 보호를 받는 지역이기 때문"이라며 "무속인의 시각에서는 김해에서 가장 터가 좋은 곳이다. 그렇게 무속인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다보니 자연스럽게 점집 골목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점집들이 차츰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이 활성화돼 사람들이 몰림으로써 기존 주민들이 떠나는 현상을 말한다.
 
대부분의 무속인이 10~30년 이상의 세월을 지나오면서 세상을 떠나 점집의 대가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시에서 봉리단길을 관광명소로 조성하는 행정까지 펼치면서 무속인이 이곳에 새로 자리를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또한 건물주가 세를 받던 무속인에게 계약파기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나마 남아있는 무속인들도 점을 보러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생업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카페·식당 등을 이용하기 위해 봉리단길을 찾기 때문이다. 
 
40년 경력의 한 무속인은 "봉리단길이 젊은 거리로 조성되면서 무속인들이 설 자리를 많이 잃었다. 새로 점집이 들어서기는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곳의 점집은 차츰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며 "무속인을 사이비 종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 요즘엔 손님도 거의 없다. 젊은이들이 재미로 타로·사주를 보듯 봉리단길을 방문해서도 점집을 자주 찾아줬으면 좋겠다. 카페·식당·점집이 모두 아름답게 공존하는 봉리단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향토사학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거리도 변하게 마련이다"며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거리의 특성을 살려 또 다른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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