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완역본이 다시 한번 나왔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소인국과 거인국을 모험했던 걸리버의 얘기를 담은 동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걸리버 여행기>는 당시 정치, 사회와 인간 문명을 통렬하게 비판한 풍자문학의 최고봉이었다.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과정은 참으로 지난했다. 기득권층의 심사를 뒤틀리게 할 정도로 강렬한 비판을 담고 있기에 '불온 서적'으로 몰리기에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스위프트는 이 작품을 1725년 가을을 완성했지만, 출판은 쉽지 않았다. 집권당인 휘그당을 풍자하는 내용을 가한 소설을 펴낼 출판사를 찾지 못했다. 스위프트 자신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지 모를 처지였다.

우여곡절 끝에 출판했지만, 그것이 고난의 종착지는 아니었다. 출판사 사장은 영국 정부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교열자를 동원해 상당 부분에 가필을 하고 만다. 소설은 상업적으로 성공했으나, 빠지거나 변경된 부분이 상당했으니 스위프트로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935년에 이르러서야 원고에 가까운 개정판이 발간될 수 있었다.

<걸리버 여행기>는 이처럼 신랄한 묘사로 인해 금서로 자주 지정됐다. 완역본으로 나온 이번 <걸리버 여행기>는 제1부 릴리펏(소인국)여행기부터 제4부 후이늠국(말의 나라)여행기까지 모두 담고 있다.

특히 신성모독이라는 이유로 자주 삭제되었던 4부 내용에 눈길이 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당대의 부패한 사회와 짐승보다 못한 인간의 행태에 날리는 스위프트의 날카로운 풍자가 오늘날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부산일보=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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