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수 이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할머니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옛일을 이야기하다가 기념 사진도 한 장 찍었다.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마을 중심에 내 내려다보여 망천
봄에 유명한 650년 수령 이팝나무
흥덕사엔 문화재 망월석탑
온마을 먹여 살리던 우물 …

▲ 흥덕사 망월석탑
'망천마을'이 어디인지 묻는 사람에게 '신천리 이팝나무가 있는 마을'이라고 대답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수령 650여 년의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185호)가 피워내는 꽃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바로 그 마을이다. 마을 뒤 산언덕에 위치한 흥덕사에는 경남 문화재자료 제262호인 망월석탑도 서 있다.
 
지금은 복개되었지만, 마을 한가운데로 내가 흘렀다. '망천(望川)'은 내가 내려다보이는 마을, 내를 바라보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망천마을에는 현재 120여 가구에 430여명의 주민들이 농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해마다 5월 이팝나무에 꽃이 필 때면 타 지역에서 꽃구경을 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마을사람들은 문화재로 지정된 나무를 일 년 내내 돌보고, 주변 청소를 하고 있다. 지난 8일에도 마을 어르신들은 마을 일대를 돌며 청소를 했다. 그래서인지 마을은 더 정갈하고 환했다.
 
이팝나무 아래 있던 우물은, 온 마을 사람들이 우물 하나에 기댈 만큼 맑고 풍부했다. 겨울이 되어도 얼지 않았던 우물은 인근에 공장들이 들어서고 지하수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다른 물길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지금은 우물을 덮었다. 이팝나무 앞을 흐르는 내도 복개되었지만, 마을 할머니들을 '그 좋은 물'을 지금도 자랑한다.

▲ 신천리 이팝나무 등 망천마을에는 역사·문화풍습을 간직한 곳이 많다.

정월대보름엔 당고개 당집서 마을의 안녕 바라는 당제도 올려
120여 가구 430여 주민 오순도순 "예의 하면 우리마을이 최고지"
 
망천마을이 지켜온 오랜 풍습으로 '당제'가 있다. 매년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 서쪽 당고개에 있는 당집에서 제를 올린다. 11년째 제주를 맡아 제를 지내는 이희수(64) 이장은 "예전에는 제를 올리기 3개월 전부터 금줄을 치고 황토흙을 깔며 준비를 했는데, 시절이 변하면서 최근에는 1주일 정도로 줄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마을 주민의 안녕을 바라는 정성과 노력은 바래지 않았다.
 
이 이장은 얇은 소지종이에 마을주민들의 48씨 성을 빠짐없이 직접 쓴다. 먹을 갈아 붓으로 한 장씩 쓰는데, 얼굴이 비칠 정도의 얇은 소지종이를 급속 냉각시킨 후 몇 시간씩 성심으로 쓴다. 그래야 먹물이 번지지 않고 반듯하게 써지기 때문이다. 마을회관에 모여 있던 할머니들이 그 말을 듣고 "그렇게까지 정성을 들이는 줄은 몰랐다. 우리도 처음 듣는 이야기다"라며 깜짝 놀란다.
 
한림면 김규봉 면장은 "망천마을 당제는 마을의 우환을 없애고, 주민들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며 정성껏 올리는 제사이다. 주민들이 비용을 모아 마련하고, 단결과 화합도 이루어내고 있어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소중한 전통풍습이다"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 당고개 당집
당고개에는 100여년 전 '곽씨부인의 전설'이 전해져온다. 지체 높은 어른을 태우고 가던 말이 갑자기 멈추며 움직이지 않아 고개를 들어보니, 높은 나무에 관을 덮는 비단 명정 한 폭이 날아와 걸려 있더란다. '곽씨부인'이라는 글을 보고 상가를 수소문했으나 찾지 못했다. 당산에서 제사를 지낸 후에야 비로소 행차가 움직였다. 당집 안에는 이 전설이 담긴 '국사부인' 비석이 세워져 있다.
 
"꿈에 당산할매가 나타나 바지 3벌을 주었다. 그것을 받고 제를 3년간 모셨다"는 이행자(71) 씨는 "마을 사람들이 강원도 오대산으로 놀러 가기 전날 밤, 당산할매가 꿈에 나타나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말을 했다"는 옛 일을 들려주었다. 실제로 여행지 숙소에서 연탄가스가 새는 사고가 일어났는데, 전세버스 안내양이 중독되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던 일이 있었다.
 
공장이 늘어나고 국도가 마을을 관통하며 마을의 모습은 조금 달라졌지만, 망천마을 어른들은 변함없이 전통 예절을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실천해 왔다. 안순악(77) 씨는 "우리 마을 사람들은 한여름에도 반바지 입고 길에 나서는 사람이 없다. 젊은이들도 예의범절을 잘 지킨다. 한림면 최고 A급!"이라며 자부심을 내보였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