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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없는 길오늘의 수필
  • 수정 2019.10.01 09:39
  • 게재 2019.09.25 09:08
  • 호수 439
  • 11면
  • 안진상 시인(report@gimhaenews.co.kr)
▲ 안진상 시인

몇 해 전 70대 부부가 자식들의 귀성 고생을 들어주려고 상경길을 재촉하다가 전철역에 설치된 장애인용 리프트에서 변을 당했던 적이 있다. 1층 승강장을 향해 서서히 내려가던 리프트가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쇠줄이 끊어지면서 7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하여 할머니가 사망하고 할아버지는 양쪽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어이없게도 설치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 시설에서.

그래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애인들이 리프트를 승강기로 교체해 달라며 이동권 확보 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우선 이동이 먼저 보장되어야 밖으로 나올 수 있고 사회진출도 가능하다. 하나에서 열까지 이가 맞지 않는데 장애인을 위하는 척 복지정책을 운운하고 순리에 맞지 않는 걸 끼워 맞추려 든다면 장애인은 사고로 이어질 뿐 아니라 고립이란 벽에 갇히게 됨을 먼저 알아야 한다.

내가 장애인이 되어보지 않는 한 어떻게 그가 처한 삶을 알겠는가.

우연히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의장 발원석을 낮췄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한 장애인이 의원에 당선되었는데 언젠가 이 장애인 의원이 의장에 선출될 수 있다면서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장 발원석으로 가는 경사로를 낮추는데 10억 원이라는 돈을 투자했단다.

사람을 위한 장애인을 위한 배려다.

미국에서 이런 장애인 복지가 가능했던 건 기나긴 투쟁의 역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을 없애려고 1990년도 세계 최초로 장애인 차별 금지법을 제정했다. 일할 능력이 있는 장애인의 취업차별 금지. 모든 종류 공공교통시설 이용과 모든 편의시설 이용, 청각 시각장애인을 위한 통신시설 확보, 그리고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는 반드시 장애인 친화적인 출입구를 만들어야 한단다.

접근 가능한 디자인은 모두를 위해 좋은 디자인이다.

계단 없는 경사로는 유모차 이동에도 한결 이롭다.

나도 얼마 전 한 장례식장을 찾았다가 리프트와 마탁 들인 적이 있다. 빈소를 코앞에 두고 돌아설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리프트를 이용하려니 갑자기 하근이 된 사고가 떠올라 뭉그적대고 있으니 리프트가 작동이 안 된단다. 순간 그 말이 복권에라도 걸린 듯 기뻤다. 고장이 나서 부품을 신청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직원들이 2층까지 들고 올라가겠단다. 타인에게 도움받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는데 그 날 만큼은 왜 그리 그 말이 고맙게 느껴졌는지. 사실 리프트를 타고 아래로 쳐다보면 앞으로 쏠릴 것 같은 불안감이 엄청나다.

아직도 아쉬운 게 많은 장애인의 이동권 실태.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장애인 수는 26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4%에 이른다. 이 중 장애인 고용공단에 등록한 장애인 수는 254만 명으로 12만 명이 미등록 상태에서 후천적 장애, 즉 사고, 질환 등으로 장애인이 된 비율이 88.1%이다.

신체적 장애는 태생적인 것보다 대부분 교통사고, 실수, 부주의, 재해, 질환 등 후천적 요인에 의해 생긴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마치 자기 자신은 장애인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장애인시설 설치를 극렬히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단시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장애인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질 거라며 집단시위를 하는 것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고 이기적인가를 알 수 있다.

한편 장애인에 대한 정부지원 정책도 금전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불편 없이 교류하며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휠체어 이동로ㆍ장애인 전용시설)이 더 시급하다.

정부는 2019년 7월까지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많은 이용자들은 장애인 콜택시의 숫자 확대뿐 아니라, 저상버스와 시외버스의 장애인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사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인간다운 대우를 받고 자기 존엄을 누리며 평등하게 살 권리가 있다. 여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장애인을 차별하는 이기적인 행태와 요소가 재연되거나 용납돼서는 안 될 것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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