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완역과 주석·해설 담아
 법가·병가 등 당시 사상
 강한 군주·국가 이익 극대화
 인간 삶 중심 '생활 정치' 제안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과정
 당대 상식 뒤집은 파천황 주장"



2000여 년 전,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인 맹자는 파괴와 살육의 혼란 속에서 공자의 인(仁) 사상만이 삶의 길로 향할 유일한 현실적인 방책으로 보았다. 공자가 제시한 사상의 실마리를 확충한 <맹자>는 지금까지 수많은 역주서와 해석서가 나와 있다.
 
이번에 영산대 배병삼 교수가 펴낸 <맹자, 마음의 정치학 1·2·3> 3권은 <맹자>의 완역과 주석, 해설을 담은 역작이다. 그동안 <맹자>를 해석해 온 동서고금의 다양한 역주서와 해설서, 인문과학서와 문학작품 등 방대한 문헌을 바탕으로 인간 사회 본연의 문제를 탐구하고, 나아가 폐해가 극심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극복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맹자> 정치학의 뿌리인 마음을 다루는 '공손추 상(公孫丑 上)'편 제8장에서 저자는 '여민 정치는 대화 정치다'라는 제목 아래 순임금의 언행을 통해 여민(與民)주의 정치론의 기원을 추적한다.
 
공손추 상편 제8장은 "자로는 남이 허물을 지적해주면 기뻐하였다. 우임금은 좋은 말을 들으면 절을 하였다. 위대한 순임금은 이보다 더욱 훌륭한 점이 있었으니 남과 소통하기를 잘 하였다. 자기를 버리고 남을 좇고 남의 선을 취해 자기 것으로 만들기를 즐겨했다. … 남의 선을 취하여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말은 곧 남과 더불어 선을 함께 실행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남과 더불어 선을 함께하는 것보다 큰일이 없다"(<맹자, 마음의 정치학 1> 354~355쪽)라는 맹자 말씀을 전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해설에서 "여기 거듭 등장하는 '상대방과 함께하기'를 뜻하는 여인(與人)은 여민동락의 여민과 같은 말이다. … 이 장은 맹자 여민 정치론의 역사적 기원을 밝히고 해설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맹자는 '군자(정치가)는 남과 더불어 선을 함께하는 것보다 큰일이 없다'라고 했으니 맹자 정치사상의 요체가 '남과 함께하기'에 있음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 '이루 상(離婁 上)'편 제5장의 "요즘 사람들은 모두 입버릇처럼 '천하국가'를 말하는데, 천하의 근본은 국(國)에 있고, 국의 근본은 가(家)에 있으며, 가의 근본은 몸에 있다"(<맹자, 마음의 정치학 2> 121쪽)는 맹자 말씀을 해설하면서, 맹자는 전통의 계승자라기보다는 당대의 관습적 인식과 상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한 '프로테스탄트'였다고 지적한다.
 
당시 법가·병가·종횡가 등 거의 모든 사상이 국가(군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으며, 강력한 군주의 집중된 힘으로 천하를 통일하는 기술을 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맹자는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뒤집은 사상가였다는 것이다. 맹자는 문제의 궁극적 원인을 내 몸(마음)과 '지금 여기'의 구체적 현장에서 찾으려 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인간의 구체적 삶, 곧 몸 닿는 가까운 데서 정치를 찾으라는 이른바 '생활 정치'의 제안이다. 이 같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전개 과정은 당시로서는 상식을 뒤집은 파천황의 제안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맹자의 여민주의 정치론과 아래로부터의 실천적 정치철학은 오늘날의 평등의식과 민주주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패권주의와 패거리 정치가 판치는 우리의 정치 풍토, 그리고 세계화 속 무한경쟁의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맹자>를 우리의 문제로 당겨와 읽고 새겨볼 만하다.
 
부산일보=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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