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음식 확보 투쟁의 역사이자 음식 교류의 역사'라는 시각으로 서술된 <음식 경제사>는 역사의 최전선에서 인류 경제를 이끌어온 11가지 음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모든 문명은 칼로리 위에 세워졌고, 주 칼로리 공급원이 무엇인지에 따라 역사의 행방은 달라졌다고 본다. 쌀을 주식으로 삼았던 동양은 강력한 군주제를 확립했지만, 쌀보다 생산력이 부족한 밀이 주식이었던 유럽에서는 밀의 부족함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등 다양한 정치적 실험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천한' 취급을 받았던 보리는 소작농들의 참정권과 재산권 요구로 그리스 민주주의의 토양이 됐다.

옥수수와 감자가 주식이었던 라틴 아메리카는 밀을 찾아 바다를 건넌 침략 세력에 무너졌고, 제국주의와 식민지 쟁탈전의 신호탄은 후추를 찾아 나선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쏘아 올렸다. '신대륙'에 설탕이 재배되면서 유럽의 영광과 아시아·아프리카의 비극이 시작됐다.

생선은 '돈의 흐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빵을 찍어 먹었던, 멸치로 만든 가룸은 로마의 시장에서 유통되며 로마제국의 혈관이 됐다. 청어는 북유럽의 해양 진출과 은행과 주식시장, 즉 자본주의 금융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저자는 미국을 만든 것도 음식이라고 주장한다. 쇠고기는 미국의 철도 건설과 서부 개척, 포디즘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코카콜라와 맥도날드의 영향력은 지금도 막대하며, 식탁을 위협하는 GMO(유전자변형식품)는 금융 위기와 함께 신자유주의 시대의 표상으로 지목된다.

부산일보=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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