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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풍경
  • 수정 2019.10.10 14:42
  • 게재 2019.10.08 16:28
  • 호수 441
  • 11면
  • 윤주희 수필가(report@gimhaenews.co.kr)

 앞산에는 산바람에 몸을 맡긴 나뭇잎들이 수런거린다. 태풍 타파가 지나간 하늘에 구름이 각종 형상을 만들며 그 수런거림에 동행한다. 오늘같이 맑고 투명한 하늘을 바라보면, 갖가지 다양한 구름 따라 내 마음의 붓도 함께, 무지갯빛 수채화가 그려진다.

 가끔 동심에 젖는다. 구름 속을 눈여겨보면 청둥오리가 하늘 호수에다 물장구치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보인다. 동쪽 하늘에는 구름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백설공주 이야기 속의 마귀할멈도 보이고, 서쪽 하늘에는 마귀할멈이 백설공주를 질투해 독약이 든 사과를 먹여,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구해 주길 기다리며, 오랜 시간 잠자며 덮었던 양털 이불도 보인다.

 구름은 그 어떤 형체를 고집하지 않는 것 같다. 구름의 형상을 보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이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면서 환상적이라, 생명수가 펑펑, 솟아나는 것 같다. 그저 자연 비경에 감탄한다. 대자연의 오묘함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가을을 살포시 타는지, 노을이 붉게 타는 하늘을 바라보면, 시꺼멓게 속앓이하는 마음을 뱉고 싶다. 더러 미운 사람의 모습을 가슴에 담아 두고 마음껏 두들겨 패주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은 이상하게 미운 사람을 가슴에서 끄집어내어 하늘 한가운데 다 두고 마음껏 패주고 싶어 안달이 난다. 때리고 또 때리고 그렇게 납작 가오리가 되게 마음껏 패주고 싶다. 그러나 가슴 한쪽에서는 그냥 예쁘게 봐주라 한다. 아마 노을빛 풍경을 바라보다 그 아름다움에 도취해 내 마음속 미움 틀에 박힌 못된 생각이 저절로 녹아 버린 탓이리라.

 "사람이 태어나서 세금과 경쟁 그리고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 있으면서 죽을 때까지 마음껏 누리는 자연은, 돈을 안 내고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언제나 가까운 곳에서, 자연이 주는 참모습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연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는 무한한 덕은, 온 사방에 찾지 않아도 가득하다. 사계의 자연 변화 속에도, 우리 삶에 보이지 않는 축복이 가득 깃들어 있다.

 이렇듯이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마음껏 누려, 우리들의 나쁜 마음을 가슴속에서 몰아내 보는 것은 어떨까? 가끔, 정서 순화 차원에서도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화해, 이 각박한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 그래서는 이 지구상에 전쟁이 없고, 평화와 사랑만 공존하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염원한다.

 성 어거스틴은 "우리가 맞이하는 하루하루를 삶의 마지막 날처럼 여기며 살라"고 했다. 자연은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자연과 더불어 최선을 다하며 숨을 쉬는 이 순간이 마냥 행복하다
.

 

▲ 윤주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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