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선마을의 입구. 옛날에는 손수레만 겨우 다닐 정도로 좁기만 했던 골목길이 지금은 복개돼 넓어졌다.  김병찬 기자 kbc@

명당 기 눌러야 사람이 살 수 있는 풍수, 사찰 지은 뒤 마을 생겨났다고 전해져
도문화재자료 제330호 보존 선지사, 부처의 마음으로 마을 풍광 품은 듯
맑은 물 흐르던 동네에 공장들 들어서 옛 모습 사라져 주민들 "안타깝죠"

주촌면의 1번지라고 불리는 동선(東仙)마을. 동선마을은 선지고개 또는 외동고개라고 부르는 경운산 고갯길 밑에 있는 주촌면의 관문이다. 1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은 역사가 1천여 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대부분의 자연마을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것과는 달리 선지사라는 절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현재 동선마을 앞으로 펼쳐져 있는 평야는 조선시대까지 바닷물이 밀려 올라와대형 범선이 오르내렸던 포구였다. 평야가 있어 농업을 주로 했던 이곳은 현재 공장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것은 물론 도시 개발의 바람도 불고 있다. 새마을 사업을 할 때 까지만 해도 한두 개 정도였던 공장들이 이제는 집 사이사이까지 자리 잡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들어선 공장들로 인해 마을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맑은 물이 많이 흘렀었는데 공장이 우후죽순 생기는 바람에 지하수가 말라갔습니다. 그러면서 짠물이 나오곤 했죠. 커피에 프리마가 안 풀릴 정도였습니다. 마을을 보시면 여기저기 지하수를 판 흔적들이 많을 겁니다. 도저히 사람이 마실 수가 없어서 면 단위에서는 제일 먼저 수돗물을 먹게 됐어요." 동선마을 황해진(45) 이장이 말했다.
 
▲ 선지사로 올라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체육공원. 예전에는 농업용수를 대던 동선못이었다.
마을 뒤편으로 올라가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그마한 체육공원이 나온다. 체육공원 앞에는 동선못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아래쪽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곳의 물을 이용했다고 한다. 황 이장은 "지금은 농사를 짓는 곳이 없어서 메워버렸다"며 "그 전에는 동선못에서 목욕도 하고 얼음이 얼면 스케이트도 탔었다"고 말했다.
 
체육공원을 지나면 바로 마을 뒤편에는 '선지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및 복장물일괄(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330호)'이 보존돼 있는 선지사가 자리 잡고 있다. 선지사는 덕천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가 '선지사(仙地寺)'라는 명문이 들어 있는 기와가 수습돼 원래 절 이름 그대로 고친 곳이다.
 
선지사는 선지리라는 지명의 유래가 된 곳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동선마을, 서선마을, 내선마을, 선지고개 등의 지명이 남아 있는 것도 이 사찰의 존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인제대 가야문화연구소의 연구 결과도 있어 선지사와 마을의 관계를 짐작케 한다.
 
선지사에서 출토된 기와편은 통일신라 전반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급품의 기와와 상당 규모의 건물로 추정케 하는 고려시대 수막새(지붕의 기왓골 끝에 사용된 기와), 그리고 조선시대의 기와들이 있다.
 
▲ 마을 뒤편에 자리한 선지사.
"이곳이 풍수지리적으로 명당 중의 명당이라 합니다. 기가 엄청나게 센 곳이라 절을 세워 눌러줘야지만 사람들이 살 수 있을 거라 했었죠. 절이 한창 번성했던 시기에는 규모가 상당히 컸을 겁니다. 포구를 통해서 절에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테니 저절로 마을이 생겨났을 거라 생각합니다." 선지사 주지 원천스님이 마을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선지사의 깊은 역사만큼이나 마을에는 절이 쇠하게 된 이유에 대한 재미있는 전설이 구전되고 있다.
 
오랜 옛날 선지사에는 쌀이 나오는 뒤주가 있었다고 한다. 이 뒤주에서는 절에 간 사람들이 먹을 만큼만 쌀이 나왔다. 이를 본 주지스님은 뒤주의 구멍을 더 크게 뚫으면 쌀이 더 많이 나올 거라는 생각에 구멍을 넓혔는데 그 뒤로는 쌀이 나오지 않고 절도 쇠하게 됐다고 한다.
 
선지사와 동선마을, 그리고 마을에서 사라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황 이장이 마을의 미래에 대해 말했다. "동선마을이 자연마을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하는 게 여기 주민들의 바람입니다. 눈앞의 조그마한 이윤 때문에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앞으로도 마을의 환경에 대해 많이 생각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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