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수 독자위원·인제대학교 미디어센터 간사

입시철이다. 수능이 한 달 남짓 남았다. 수험생들은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겠다. 교복을 벗고 급식을 끊은 '어른'이라는 계절 말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는 삶, 사복을 입고 머리색을 바꾸며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삶이 저마다의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다. 그런 삶은 어른이 되어야만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부모님과 선생님의 보호 아래 지금껏 보류되던 삶이다. "조금만 더 버티자", "어른이 되면 너희가 하고 싶은 것 다 해"라는 말들은 언젠가 저절로 주어질 자유로운 삶에 관한 약속처럼 들려왔다.

그런데 학교 밖은 생각보다 자유롭지 못하다. 한시적이고 분방한 신체적 자유는 학교만 벗어나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문제는 정신적 자유다.

지금의 교육시스템은 학교와 사교육, 그리고 대학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수험생이 있어야 한다. 높은 성적을 받고 어떤 직업을 갖는지는 학교와 학원의 성과지표를 높이는데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그런데 성적이나 직업이 학생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민하는 학교나 학원은 극히 드물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이 학생들의 학교 밖의 삶에 더 관심을 가졌다면 입시 위주의 교육방식을 고수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학생을 등급 순으로 줄 세우지도 않을 것이다. 1등이 좋아보이게 하는 것이 개인의 공부에 동기부여가 될지 몰라도,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교육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사람을 평가하고 계급화 했을 때 차별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우리나라 헌법(10, 1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하지만 아직 성장 도중에 있는 학생이 ‘하위등급’으로 분류됐을 때 차별을 느끼고 성장 가능성을 짓밟히는 일이 자주 목격된다. 개인적으로도 고민할텐데 부모와 친척, 교사로부터 받는 차별적 시선으로 학생의 마음은 무겁게 짓눌린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떳떳하지 못하다. 학벌이나 학교 이름에 따라 차등적인 임금을 받으며 타인으로 받는 시선을 불편하게 느낀다.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스스로 만족할 수 없고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이렇게 형성된 사고방식은 '부모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녀세대에게도 물려진다.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들면 힘들수록 부모는 자녀로 하여금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할 뿐이다.

누구나 똑같은 삶을 살 수 없지만 적어도 차별 받지는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교육이 앞장서야 한다. 교육자는 문학과 철학, 시사 등의 교양교육 커리큘럼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이 다양한 삶의 모습에 대한 감수성을 형성하도록 도와야 한다. 사람의 삶에 관한 이해가 있다면 함부로 차별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지 스스로의 삶을 만족해하며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학교 밖은 광야다. 스스로 길을 걸어본 경험이 적은 학생들은 어떻게 살아야할지 난처할 것이다. 그나마 걸었던 길이라고는 문제풀이나 암기 위주의 교육 방식일텐데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이전의 방식으로 해답을 얻을 수 없어 사회가 마치 거대한 지뢰밭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러니 교육자가 나서서 도와야한다. 학생들이 어른이 됐을 때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지금의 방식은 한계가 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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