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고전 100권을 읽게했던
시카고대의 독서 교육 '시카고 플랜'
신곡·자본론 등 고전 일목요연 정리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렸다. 냉전의 시대에 우주 산업을 소련이 먼저 선점한 충격으로 인해 미국의 교육 풍토에는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진보주의라 불리던, 여전히 미국의 인문을 대변하기도 하는 실용주의 풍토에 순수 학문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카고 대학에서 실시한 'The Great Books Program'이다.
 
법학도 출신인 로버트 허친스는 시카고 대학의 총장으로 부임한 이후 '교양 교육을 받은 전문가 양성'이란 슬로건 아래, 시카고 대학 학생들 모두에게 고전을 읽히기 시작했다. 허친스는 교양 교육이 선택의 영역이 아닌 민주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당시 미국 교육계의 풍토상, 대학 내에서도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끝까지 그 신념을 관철했다. 그 결과 당시만 해도 삼류 브랜드였던 시카고 대학을 일류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학생들에게 위대한 고전 100권을 읽게 했던 시카고 대학의 고전 철학 독서교육이자 인문학 프로젝트인 '시카고 플랜'의 성과 덕분이었다.
 
<시카고 플랜 위대한 고전>은 시카고 플랜에 포함된 현재진행형의 텍스트인 위대한 고전을 한눈에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인 디오니소스는 문학, 예술, 철학 등 인문학 전반을 아우르는 니체의 키워드로 이름한 인문 프로젝트팀이다. 이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프랜시스 베이컨의 <대혁신>, 밀턴의 <실낙원>, 단테의 <신곡>, 공자의 <논어>, 헤겔의 <역사철학>, 괴테의 <파우스트>, 헤로도토스의 <역사>,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고전 50여 권의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 같은 고전은 시간의 마모를 견디고 어느 시대에나 유효한 현재진행형의 텍스트들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기나 여기나,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랑은 늘 있으며, 햄릿과 돈키호테 같은 성향도 언제나 존재한다고 본다. 다르지 않은 맥락에서, 미래를 점치기 위해서라도 인문학적 보편성에 따라 역사를 읽어봐야 한다.
 
저자들은 "길을 잃었다면 길을 잃기 전의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길을 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조금 더 과거의 시점에서 미래를 고민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오래된 미래'인 고전의 존재 의미다.

부산일보=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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