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전 경기에 출전한 코리아헌터가 경주로를 달리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좌절에 빠지거나 심지어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고난의 가시밭길에도 굴복하지 않고 주어진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사람들은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는 비단 개인 인생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0.01초의 승부'라 불릴 만큼 치열한 속도경쟁을 펼치는 경마에서 경주마들 역시 우승과 패배의 순환고리를 경험한다. 대상경주 등 메이저 경마대회에서 우승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주마가 있는 반면 그보다 빛을 덜 받지만 묵묵히 자기자리에서 경주로를 달리는 수많은 경주마들이 있다.

최근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에서 흥미로운 소식이 들렸다. 2013년에 부산경남무대에 데뷔한 '코리아헌터'(국산·8세)가 지난 4일 부경7경주(국산마 5등급·1300m)에 출전하며 마사회 역사상 경주마 최고 출전기록을 갈아 치웠다는 소식이다.

코리아헌터는 6년간 총 102전으로 101전의 출전기록을 보유한 '차밍걸'(서울 경주마·은퇴)의 기록을 깨며 현역 경주마 최다 출전기록 보유마가 됐다. 코리아헌터가에 이어 '가락공원'(8세·조용배 조교사)이 100전 출전으로 경주로를 묵묵히 달리고 있다.

코리아헌터는 102전의 출전 동안 단 2승만을 거뒀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1등이 독차지하는 경마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코리아헌터에게 관심이 쏠린 것은 이례적이었다. 더구나 코리아헌터의 나이는 올해 8세로 경주마 평균 은퇴연령이 5세인 것을 감안하면 월등히 나이가 많다.

다른 경주마보다 몸무게가 약 40㎏이 낮은 460㎏의 왜소한 체구인 코리아헌터는 큰 병 없이 훈련을 꾸준히 소화하고 있다. 덕분에 한 경기를 마치면 체중이 10㎏ 이상 빠져 한 달에 한 번 정도 경주에 나서는 일반 경주마와 달리 한 달에 두 번꼴로 꾸준히 주로에 서왔다.

코리아헌터를 관리하는 이정표 조교사(부경 18조)는 "102전 출전이라니 대단한 말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예순이 훌쩍 넘는다"며 "다른 말들에 비해 다리가 튼실한 편이고 특유의 성실함이 있어 지금까지 잘 버티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2전 출전 당일 코리아헌터와 호흡을 맞춘 김현중 기수 역시 "5년 전쯤 탔던 말이 아직도 뛰고 있는게 놀랍다"며 "꾸준히 순위상금(5위 이내)을 챙기고 있어 은퇴까지 한참 남은 듯(?) 하다"고 말했다.

이날 코리아헌터는 아쉽게 9위에 그쳤다. 사람들의 시선이 1등마에게 쏠린 순간에도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이 남달라보였다. 앞으로 110전, 120전 출전을 향하는 코리아헌터의 행보가 기대된다. 

김해뉴스 디지털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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