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사석탑.

허황옥 인도서 배에 싣고 왔다 전해져
중앙박물관, 12월 가야 전시서 공개


김해 구산동에는 오래 되고 모양도 특이한 석탑이 있다.

'파사석탑'인 이 석탑은 약 2000년 전 수로왕비 허황옥이 서역 아유타국(현재 인도 북동쪽)에서 바다를 건너올 때 파신(波神)의 노여움을 잠재우기 위해 싣고 왔다고 '삼국유사' 등 고서에 기록돼 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동한 건무 24년(서기 48년) 7월 허황옥이 무서운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파사석(婆娑石)을 배에 싣고 김해로 왔다"고 전한다. "처음 공주가 부모의 명을 받들어 바다를 건너 장차 동쪽으로 가려 했는데 파도 신의 노여움에 막혀 이기지 못하고 돌아가 부왕(父王)에게 말했다. 부왕이 이 탑을 싣고 가라고 명하니 곧 쉽게 건널 수 있어서 남쪽 해안에 정박했다"고 전해진다.

경남 문화재자료 제227호인 파사석탑은 본래 호계사(虎溪寺)에 있었는데, 절이 폐사하자 김해부사 정현석이 수로왕비릉으로 옮겼다고 한다. 항해할 때 배 균형을 잡는 데 사용한 도구로 추정되기도 한다.

신령스러운 이야기를 품은 이 석탑이 처음으로 김해를 떠나 지난 17일 서울로 나들이를 갔다.

이에 앞서 김해김씨 종친회, 김해허씨 종친회, 김해시, 박물관 관계자 등은 전날 김해 수로왕비릉에서 파사석탑 이전을 알리는 제사인 고유제(告由祭)를 지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오는 12월 3일 개막하는 특별전 '가야본성―칼과 현'에서 파사석탑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후 부산에서 열리는 가야 전시에 파사석탑을 선보일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파사석탑이 수로왕비릉에 설치된 연원은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며 "허황옥이나 파사석탑이 역사가 아닌 전설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관심을 두고 연구해 나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앙박물관은 상태가 좋지 않은 파사석탑 보존처리를 위해 국립김해박물관, 고려대 산학협력단과 과학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파사석탑은 재질이 엽납석을 함유한 석영질 사암이고, 사암 균열 부위에 마그마 활동이 남긴 산화철 광물이 불규칙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파사석탑 돌 성분은 한반도 남부에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학계는 원산지를 정확히 분석하고 석재 이동 경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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