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좋은 약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페니실린처럼 '세계사를 바꾼 약' 등은 교과서에도 자주 실린다. 하지만 세계사에는 그런 약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인류 문명과 함께하고 인류를 매혹했던 약의 상당수는 '가짜 약' '엉터리 약', 그리고 '위험한 약'이었다.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는 이처럼 가짜나 엉터리, 또는 수상해서 '약국에 없는 약'에 대한 일화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역사를 보면 어처구니없는 이유와 황당한 재료들이 모여 만병통치약과 만능해독제라는 이름으로 '발명'되곤 했다. 진시황과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사랑한 수은(水銀)은 그 모양과 희소성 때문에 약이 되었고, 이집트의 '미라(Mummy)'는 번역의 실수로 인해 유럽에서 의약품으로 사용됐다. 조선의 명군(名君) 정조는 담배의 효험을 예찬했고, 프로이트는 코카인을 획기적인 신약으로 조명했다. 어디 그뿐인가. 히로뽕은 20세기 초 독일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대마는 종교의식에 쓰이는 신성한 식물이었지만 지금은 '나쁜 것'이 되었다.
 
책은 1부에서 인간이 '가짜 약'을 거쳐 '좋은 약'을 얻기까지의 험난하면서도 요상했던 에피소드를 살펴본다. 2부에서는 생존에서 불로불사(不老不死)의 도구로 활용된 약재로 시작해 '중독과 쾌락'의 수단인 담배 아편 코카인 대마의 효능과 폐해 등을 다룬다. 마지막에는 이른바 '생산적인 마약'을 둘러싼 논란과 '약으로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철학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부산일보=박진홍 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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