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순재 김해성폭력상담소장

성인지감수성은 양성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으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성차별 혹은 성별에 부여된 사회·문화적 관습이나 규범을 당연한 것으로 수용하지 않는 감수성을 말한다. 성별 차이에 따른 불평등 상황을 인식하고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하는 감수성으로 '젠더 감수성'이라고도 하며 1990년대 중반, 주로 서구 사회에서 성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정책의 주요 근거와 기준으로 제시된 개념이다. 성인지 감수성은 개인이 살아온 환경과 경험에 의해 형성되며 교육, 지식, 지각을 통해 변화되고, 실천과 행동으로 표현되며 시대, 상황, 조건에 따라 달라지고, 개인의 삶이 속한 정서적 태도, 가치와도 연결된다.

우리나라는 2018년 4월 성희롱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에 처음으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표현이 인용되면서 법률적 용어로도 통용되기 시작했다. "법원이 성폭력 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대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판결이었다. 이어 전 충남지사의 사건에서 1심의 무죄에서 유죄로 선고받은 이후 우리사회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피해자가 성범죄를 피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는 성별 불균형 상황을 인식하고 그 안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내는 민감성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부하 여성 직원이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손을 잡고 놓지 않아 강제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손은 그 자체만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결의 이유였다. 그즈음에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이런 "처벌의 결과가 합당하냐?"고부터 시작해서 손은 성적수치심을 일으키는 부위가 아니어서 무죄라면 누구의 손이든 잡고 주물러도 되느냐 등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바탕 분노를 쏟아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손을 잡고 주무르는 행위를 인정했고, 피해자가 실제로 불쾌감을 느꼈던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고의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라니 국민들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법원의 판결이 논란을 만들었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여자가 시집은 취직이다", "여자가 키 크면 장애다" 등의 성차별적 편견이나 여성비하 발언이 비단 한 학교이지만은 않았고, 채용과정에서 결혼과 출산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를 이유로 채용에 불이익도 받았다. 2013년 남녀 채용비율을 4:1로 만들기 위해 서류전형에서 여성 커트라인을 남성 보다 48점이나 높였던 은행이나 공기업에서 2015~16년 신입직원을 뽑을 때 "여성은 출산휴가, 육아휴직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끊길 수 있으니 탈락시켜야 한다." 며 남성 지원자 순위를 올려 합격시킨 사례가 말한다. 그뿐인가, 출산하면 100점이라니? 여성이 결혼, 출산을 하지 않으면 공직자로서 미달되는가 하면 심지어 배우자를 평등한 부부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되는 대상으로 보는 성차별적인 발언에도 비판이 일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으로 차이를 차별하지 않고, 다양성으로 존중할 수 있는 능력인 성인지 감수성은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성인지 감수성을 높인다는 것은 일상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지금까지 익숙하게 당연히 여겨왔던 것을 다르게 또는 새롭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차별과 편견, 권력관계를 성찰하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서 자신에게 낯설고 불편한 것도 수용할 수 있는 건강한 시민의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경험과 입장에 매몰되지 않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서로의 이질감을 감수하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등의 적극적인 자기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시대가 요구한다. 우리사회에 필요한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육이 다양한 연령에 따라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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