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문화원 구석구석이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직원들도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바삐 움직인다. 문화원 로비에서는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이들이 사람들에게 따뜻한 장군차를 한 잔씩 나눠주고 있다. '덩덕쿵덕쿵' 장구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공연장 대기실이다.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어린이들이 조그만 손에 장구채를 들고 집중하고 있다. 문화원 입구 왼쪽 편에 마련된 예절실에서도 익숙한 가락이 흘러나온다. 피리소리다.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와 장구소리, 피리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난 21일은 김해문화원에 있어 가장 의미깊은 날이었다. 1년 동안 문화원 문화학교에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2010 김해문화원 문화가족의 밤'이 열린 날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는 수료식과 발표회가 있었다.

풍물·민요판소리 등 총 14과목, 24반 168명 '시민학생' 수료
발표회 공연장 박수갈채 이어져 

김해문화원은 일반시민들이 전통문화를 직접 배우면서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1997년부터 문화학교를 운영해 왔다. 과목은 풍물, 민요판소리, 사군자, 한국무용, 다도, 가야금 등 총 14개로, 몇몇 과목은 인기가 많아 항상 대기자가 줄을 잇는다. 수강생 연령대도 유치원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다. 아동·청소년문화교실과 주부·일반인문화교실로 구분돼 있긴 하지만, 가야금과 거문고 등을 배우는 국악 문화교실에서는 초등학생과 50대 남성이 함께 수업을 듣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올해는 14과목 24반에서 총 168명이 문화학교를 수료하게 됐다.
 
행사는 오후 6시 지하 전시실에서 열렸다. 사군자반과 서예반 수강생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전시실을 둘러보던 한 관객은 "작품들이 모두 뛰어나 아마추어들이 쓰고 그린 것 같지가 않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11년째 문화학교 사군자반을 이끌고 있는 조병열 강사는 "수강생들이 그린 작품들을 보니 강사로서 정말 뿌듯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 김해문화원 문화교실 가야금반 수료생들이 우리민요를 연주하고 있다.(맨위·이하 아래로) 다도반 수료생들이 '실용다법'을, 대금반 수료생들이 '진양조'를 각각 연주하고 있다.

6시 30분부터는 공연장에서 수료식과 발표회가 열렸다. 객석은 일찌감치 꽉 찼고, 늦게 온 이들은 통로쪽에 앉거나 서서 공연을 관람해야 했다. 한쪽 편에는 공연을 준비 중인 이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판소리 수궁가'를 준비한 '김해이야기제작소' 송윤한 상임이사는 "3개월 동안 이곳에서 민요판소리를 배웠다"며 "전혀 관심 없던 분야였지만, 막상 배워보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았다"고 말했다.
 
다도반의 '실용다법' 시범으로 시작된 발표회는 대금반의 '진양조', 가야금반의 '밀양아리랑, 군밤타령, 꽃노래'로 이어지다 직장인풍물반의 '굿거리'로 막을 내렸다. 비록 아마추어들의 무대였지만, 무대에 선 이들이나 객석에서 지켜보는 이들 모두 진지한 모습이었다.
 
한고희 문화원장(사진 아래)은 "1년 동안 수강생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진지함과 성실함에 많이 놀랐다"며 "그동안 애쓰신 선생님들과 모두의 수고에 감사를 표한다"고 축사를 전했다.
 
내년 문화학교는 3월 첫째주에 문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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