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딸아이를 둔 주부 A 씨(42·삼계동)는 며칠 전 교복을 구입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매장 주인이 권해준 치수보다 두 치수나 큰 교복을 사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그 정도일 줄은 몰랐죠. 겉으로 보기엔 그다지 비만이다 싶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교복을 입혀보니 허리 라인마저 아예 없어 이대로 뒀다가는 큰일나겠다 싶더라구요."
 
패스트푸드에 점령당한 식단과 불규칙한 식사, 잘못된 식습관, 잦은 외식과 군것질 등으로 아이들이 하루에 섭취하는 칼로리 양은 늘어난 반면 TV시청, 컴퓨터·비디오 게임, 인터넷 때문에 활동량은 점차 줄어들어 소아·청소년 비만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더구나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아 적절한 식사 관리와 운동 등 부모들의 세심한 관심과 생활 지도가 필요하다.
 
■ 고도비만 아동 급증
서울시 학교 보건원의 '최근 18년간 비만아동 증가 양상'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남학생의 경우 6.4배, 여학생은 4.7배가 증가했다. 또 중·고등학교 남학생의 경우 3.0배, 여학생은 2.4배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징적인 것은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그리고 중·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들의 비만아동 증가세가 훨씬 높다는 사실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허성백 가정의학전문의는 "비만아동 중에서도 표준체중보다 50% 이상 체중이 더 나가는 고도비만 아동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비만인 아이들은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다 써버리기 때문에 면역력을 키우기도 힘들고 성장도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성인비만으로 직결
'아이가 살이 좀 찐 게 무슨 문제가 될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린이나 청소년도 일정 수준 이상 살이 찌면 당뇨병과 고혈압, 동맥경화, 지방간, 심혈관질환 등 '소아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은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13세에 소아비만인 어린이의 60~80%가 성인비만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소아·청소년 비만은 왜 성인비만으로 이어지는 걸까. 그 해답의 열쇠는 바로 지방세포이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지방세포의 수가 증가되는 '증식형'과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는 '비대형', 수와 크기가 함께 커지는 '혼합형'으로 나뉘는데, 어린이와 청소년은 성장과정 중이므로 비만이 되면 '증식형'과 '혼합형'이 대부분이다. 또 한 번 증가한 지방세포 수는 줄어들지 않아 성인이 된 후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방심하면 쉽게 살이 찌게 된다. 뿐만 아니라 호르몬의 과도한 분비로 인해 사춘기 현상이 일찍 찾아오는 '성조숙증'이 유발돼 정상적인 성장과 신체발달이 저해된다.

■ 식단 관리와 꾸준한 운동 필요
소아·청소년 비만은 단순히 신체적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뚱뚱한 외모는 놀림의 대상이 되며 집단따돌림에 노출될 수 있어 고독과 우울감, 불만족 등의 경향으로까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허성백 전문의는 "소아·청소년 비만은 신체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며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어린이 다이어트와 꾸준한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다이어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습관을 바꾸는 일인데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 특히 아침 식사를 거르게 되면 전날 저녁식사 이후 16~18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게 돼 체내 대사율이 떨어지며, 몸속 기관들의 활동량이 떨어진다. 결국 대사율이 떨어지면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체내에 쌓이는 게 많아져 비만으로 이어진다.
 
둘째, 천천히 오랫동안 씹어야 한다. 음식을 입에 넣은 후 적어도 20회 이상 잘 씹어 삼키면 소화효소가 충분히 분비돼 소화도 잘 되고 먹는 동안 포만감이 생겨 식사량도 줄어드는 이중효과를 거둘 수 있다.
 
셋째, 찌거나 삶아 먹어라. 트랜스지방이나 포화지방산은 성장을 저해하고 비만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조리법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찌거나 삶아 섭취 열량을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넷째, 청량음료는 되도록 먹지 않도록 한다. 청량음료에는 흡수한 당을 에너지화하는 데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없어 많이 먹을수록 비타민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화되고 남은 당은 지방으로 전환될 수 있다. 또한 다량 함유된 당분 때문에 꾸준히 많이 마실 경우 혈당치가 급격히 오르고 인슐린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면서 의식이 혼미해져 혼수상태에 빠지는 '페트병 증후군'(소프트 드링크 케토시스)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식습관 개선과 함께 운동도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 아이가 비만이라고 무조건 덜 먹여서 살을 빼려는 무리한 다이어트보다는 지양하는 게 좋다. 산책, 농구, 축구, 캐치볼 등 일상생활에서 놀이를 겸한 운동과 자연스럽게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걷기는 다리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은 물론, 관절 기능을 좋게 해 골밀도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체중 및 체지방 감소에 효과적이므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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