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 무대에 올랐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보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작품이었다.
 
이날 공연된 작품은 부산의 'NEO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그랜드오페라합창단'이 호흡을 맞춘 것으로, 로시니의 원작에 등장하는 오페라 가사를 모두 우리말로 바꿔 연출했다.
 
원작 자체가 워낙 재미있고 유쾌한 작품이기에 막이 오르기 전까지는 걱정보다 기대가 훨씬 컸다. 그러나 1막이 시작되자마자 알마비바 백작역의 테너 조윤환이 부르는 <Ecco ridente in cielo(보라, 동녘하늘은 미소짓고)>부터 실망감을 안겼다. 조윤환의 목소리는 미성이라 감미롭긴 했지만 관객을 압도하는 아름다움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간중간 호흡이 딸려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피가로 역의 바리톤 김종화가 부른 <Largo al factotum(나는 거리의 만물박사)>도 불안정하긴 마찬가지였다. 가사를 우리말로 바꾸면서 특유의 흥겨움은 많이 줄어들었고, 김종화는 가사를 전달하기에만 바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몇몇 부분에서는 한 마디당 가사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 후에 등장하는 배우들도 대체적으로 테크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말로 바꾼 가사가 문제였는지, 각 출연진이 자신이 맡은 노래의 분위기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그런 부분까지 고려할 수는 없다. 그저 관객은 '지금 내 눈 앞에서 공연하는 배우가 얼마나 제대로 연기를 하나'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약 2시간 30분의 공연시간 안에 자신들이 준비한 모든 것을 오직 '무대에서' 보여줘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오케스트라와 배우들의 호흡이 시종일관 삐걱댔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가 노래보다 앞서가거나 노래가 오케스트라를 앞서가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노래, 오케스트라, 연기'라는 삼박자가 딱딱 들어맞았다면 다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었겠지만, 이번 작품은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쳤다는 생각이다.
 
물론 돋보이는 부분들도 있었다. 공연 중간중간 배우들이 보여준 애드립(즉흥대사)이나 관객들에게 던진 대사 등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특히 피가로의 캐릭터를 능청맞고 익살스럽게 표현한 김종화는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또한 알마비바와 피가로의 앙상블인 <All'idea di quel metallo(돈을 보면 계략이 나온다)>는 귀와 눈을 한시도 지루하게 만들지 않았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란 평들이 많았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로맨틱 코미디 오페라'인만큼 재미있는 작품이었고, 우리말 가사로 인해 이해가 쉬워 관객들은 대체로 '흥미로웠다'는 반응이었다. 지역문화예술단체에서 대중성과 완성도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란 힘든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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