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3개월치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함께 일했던 한국인들에게는 월급을 다 줬는데 말이죠."
 
인도네시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로이(26) 씨는 지난 6일 오전 체불임금을 지급받기 위해 김해의 한 외국인지원기관에 상담을 받으러가는 길이었다.
 
앞서 일했던 회사 역시 갑작스럽게 문을 닫으면서 2개월 치 월급을 지급하지 않아 로이 씨는 궁핍한 한국생활을 수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차분한 표정과 어투로 그간의 어려운 상황을 토로하는 그였지만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돈이 모이는대로 부모님께 송금해 드렸는데 몇 달째 돈을 보내드리지 못했어요. 다행히 새 직장을 잡아 열심히 일하면 다시 돈을 보내드릴 수 있어 희망은 있어요. 억울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지만 지금으로서는 견뎌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그의 고향인 반둥은 인도네시아 서부에 위치한 자바섬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다.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자동차로 3시간 거리이며 땅꾸반 뿌라후 화산과 찌아뜨르 온천이 유명하다고.
 
로이 씨는 "보로부드르 사원으로 잘 알려진 욕야카르타와 우리에게 발리로 익숙한 덴파사(Denpasar)도 반둥을 통해 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5년 한국에 왔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힘든 순간을 이겨냈고 돈을 모아 고향에 계신 홀어머니께 부쳐드릴 때면 마음이 너무 흐뭇했다고.
 
"한국사람들을 많이 좋아해요. 대부분은 정이 많고 외국인을 잘 배려해 주니까요. 그런데 몇몇은 정말 나쁜 것 같아요."
 
힘들 때 그를 위로하는 것은 고향의 어머니와 형, 그리고 친구들이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어머니가 더 많이 걱정하세요.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려면 체불임금 문제가 아무쪼록 잘 해결되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는 그간의 한국생활에 대해 보람도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지만 내년쯤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을 떠나는 그 날까지 열심히 일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후엔 어머니를 모시고 결혼도 하고 좀 더 행복해지고 싶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더욱 최선을 다해야겠죠."
 
그의 새 직장은 울산지역에 있다. 체불임금에 대한 상담이 끝나면 울산으로 떠아냐 한다. 체불임금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딛고 코리안 드림을 위해 다시 뛰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저력이 느껴졌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