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 '올랭피아' '풀밭 위의 점심'
토마 쿠튀르의 '로마인의 타락'
오르세미술관에 전시 작품 통해
프랑스 모더니즘 미술 특성 설명
당시 사회·문화적 배경도 고찰



19세기는 인상주의, 상징주의와 같은 중요한 예술 사조를 비롯해 고흐, 세잔 같은 거장들이 대거 등장한 시기다. 왜 특히 프랑스에서 '개인성'과 '다양성'이 어우러진 모더니즘 예술이 꽃을 피웠을까? 개인성과 다양성의 예술적 풍토가 프랑스에 자리잡은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모더니즘 작품은 본질적으로 개인적인 고백이다. 그런데 프랑스혁명 이후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는 예술가가 개성을 꽃피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혁명의 시대를 거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권리를 갖게 되고 인권과 개인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가운데 예술도 독창적이고 개성적으로 변화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안현배의 예술수업 1>은 프랑스 오르세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과 프랑스 모더니즘 미술의 특성을 그 시대와 사회의 이해 속에서 설명한다. 단순히 예술가 개인의 역량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개성과 혁신적 시도가 열매를 맺을 수 있게 했던 사회문화적인 배경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고찰하고 있는 것이다.
 
버려진 기차역이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오르세미술관은 작품들의 개별성이 공존하는 다양성의 공간으로,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 이후부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 이전까지 모더니즘 시대의 다양한 미술 작품들이 혼재돼 있다.
 
아카데미 화풍의 보수파부터 세잔과 고흐의 새로운 미술, 색의 분석과 과감한 시도의 신인상파, 그리고 인간의 상상과 무의식을 다루는 상징파와 기타 여러 예술 운동들이 모두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이 책은 확인시켜 준다. 마네의 모더니즘이 시작되는 '올랭피아'와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있고, 드가와 르누아르, 모네와 고흐가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화사학자 피터 게이는 너무도 다양해서 하나로 묶을 수 없는 모더니스트들의 공통점으로 '관습적인 감수성에 저항하는 충동'을 꼽는다. 이 책은 저항정신으로 무장한 예술 혁신가들의 다양한 특징들을 소개한다. 밝고 생생한 색깔과 그 색깔을 과감하게 튀어오르도록 배열한 구성의 파격성, 그리고 완성되지 않은 듯 보이는 공간 사이에 채워 넣은 공기의 흐름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혁신은 전통에서 출발하거나 전통의 극복 위에서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조각가 장 밥티스트 카르포의 '우골리노'는 "그리스 조각 라오콘의 격정과 조화를 이해했고, 제리코의 파괴력과 삼각형 구도의 틀을 잘 소화해"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품이라는 것이다. 또 앙투안 부르델은 자신의 조각 작품 '헤라클레스'에 대해서 "나는 피와 뼈와 살과 근육으로 표현된 인간을 묘사한 전통적인 방법을 넘어서는 형태를 만들어 내길 원했고, 이것이 바로 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상주의 작품으로 가득 찬 오르세미술관 1층 가운데 큰 벽을 가득 채운 작품은 개성이 사뭇 다른 토마 쿠튀르의 '로마인의 타락'(1948)이다. 저자는 전통을 고수하려고 했던 이 작품에 대해 "무엇보다 이 그림은 정치적으로, 또 정서적으로 1847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기술의 발전과 경제적인 풍요가 가져오는 변화가 지금까지의 전통과 문명을 붕괴시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계급 간의 불균형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혁명의 예고 등을 내포한 사회의 공기가 로마의 난교와 쇠락이라는 주제에 담겨 표현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방식으로 저자는 모든 작품의 목소리에 허용된 자리, 상반될 수밖에 없는 각각의 가치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곳, 오르세미술관의 특징과 매력을 설명해 나간다.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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