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동면 감내마을 주민들이 감내회관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현동 기자


김해 1호 ‘기억채움마을’
대동면 감내마을 르뽀
국가, 지자체 관심 필수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과 누군가는 그 사람과의 기억을 오롯이 안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어떨까? 행복할까? 불행할까?
 
치매는 이제 개인이나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닌, 한 지역, 한 도시, 나아가 국가적인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다. 개인을 넘어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치료보다 예방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 김해 첫 ‘기억채움마을’ 현판식이 진행된 감내회관.


최근 김해에서 처음으로 '기억채움마을'로 지정된 마을이 있어 찾았다. 대동면 감내마을이다.
 
감내마을은 대동면 주중마을과 함께 김해 첫 '기억채움마을'로 지정됐다. 기억채움마을이란 치매 어르신과 가족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한 일상생활과 원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치매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사업이다.
 
박재규(64) 이장의 안내를 받아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섰다. 회관 내 한쪽 방에 할머니 1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모두 감내마을에서 50년 이상 살아온 주민들이다.
 
"아이고 할매, 오늘은 웬일로 눈썹도 물들이고 화장까지 했는교. 마을에 처음으로 기자가 취재하러 온다캐서 아주 꽃단장을 했구만~"
 
"손님 왔습니다~ 일어나보이소~"
 
박 이장의 한 마디에 누워있던 할머니들이 몸을 일으켰다.
 
감내마을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금순(73) 씨는 공동회장인 김삼순(76) 씨에게 "손님 온다고 예쁘게 꾸몄냐"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박 이장은 "우리 마을이 기억채움마을로 선정돼 치매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상 기존 주민들이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겠다는 목적이 더 크다. 실제로 현재 마을에 치매 어르신은 없다. 마을 내 최고령자인 94세 할머니도 지난주까지 치매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하셨을 만큼 정정하다"고 말했다.
 
김해보건소 치매안심센터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은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2~4시에 진행돼 오다 지난 13일을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치매예방이 목적인만큼 연등·화분·우산 만들기, 암산하기 등 두뇌회전에 도움이 되는 활동들이 주 내용이었다. 평소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할머니들에게는 이런 활동들이 삶의 큰 활력소였다.
 
신 씨는 "할머니들이 모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해 즐겁게 체험활동을 했다. 대부분 집에 혼자 계시니까 적적해 하시기 때문"이라며 "이번 주부터는 활동이 없어 수요일에 모이지 않았더니 다들 심심해했다. 한 할머니는 아예 병이 났다"며 아쉬워했다.
 
그러자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주우임(82) 씨가 "병 난 사람이 내다 아이가"라며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주 씨는 "일주일 내내 축 늘어져 있다가도 수요일 오후 2시만 되면 벌떡 일어나 회관으로 오곤 했는데 끝나서 너무 아쉽다"며 "올해는 재밌는 활동도 하고 기자가 취재도 오고,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다"며 웃었다.
 
특별히 꽃단장을 하고 왔다는 김 씨 역시 "우리 마을이 기억채움마을로 지정돼 기쁘다. 확실히 치매예방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내년에는 춤·노래 등 활동적이고 많이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8'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5세 이상 인구 740여만 명 중 추정 치매 환자 수는 75만여 명에 달한다. 추정 치매 유병률은 10명 중 1명꼴인 10.16%를 기록했다. 김해의 경우 치매 추정 인구 수는 4700여 명, 치매 등록 관리 인구수는 2200여 명에 이른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기억채움마을 같은 치매예방 사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시적인 행정보다는 국가와 지자체의 꾸준한 관심과 실질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김해시치매안심센터 한 관계자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지가 중요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기억채움마을도 늘려갈 계획이며,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치매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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