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사람들이 자기를 찾을 때마다 일일이 응답할 수 없어서 신을 대신할 만한 존재로 어머니를 보냈다고 한다. 저울의 한쪽 편에 세계를 실어 놓고 다른 한쪽 편에 나의 어머니를 실어 놓는다면 세계의 편이 훨씬 가벼울 것이라고 한 랑구랄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위대하다. 아버지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아버지가 백 사람의 스승보다 낫다는 말도 있듯이 아버지의 사랑은 행동으로 나타난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연구진은 1만 7천명의 아이들이 태어나서 33세가 될 때까지의 삶을 연구 추적하면서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는데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아버지와의 좋은 관계'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어머니 아버지의 자식 사랑은 위대한 결과를 낳는다.
며칠 전에 딸아이가 요즘 유튜브에서 가장 주목 받는 영상이라며 어느 지상파 텔레비전에 출연한 민식이 엄마 아빠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부부의 큰아들 민식이가 불과 두 달 전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야기였다. 엄마를 찾아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손잡고 건너던 두 아들 중 큰아들이 사고를 당했다. 가게 앞에서 큰 소리로 사고가 났는데 누워 있는 아이가 바로 자기 아이인 것을 엄마가 목격한 것이다. 너무 위급한 순간에도 구조대를 부르는 일밖에 할 수 없었던 엄마는 '엄마 말 듣고 조금만 버텨.'라는 말을 했다. 구급차를 같이 못 탄 상황에서 병원에 이송된 아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이 멎어 있었다고 한다. 민식이 아빠가 여기서 남아있는 아이를 지켜주면 자가라도 가서 외로운 민식이를 지켜주어야 될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로 민식이 엄마는 민식이를 사랑했고 지켜주고 싶어했다. 아이들은 자기가 안전하게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으면 차가 속력을 내면서 와서 갑자기 자기를 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속도를 줄일 줄도 알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한다. 과속단속 카메라나 눈에 확 띄는 표시판이 없으면 순간 방심하여 속도를 줄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민식이 부모는 더 이상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스쿨존에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를 설치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 19일에는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하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민식이법' 통과를 호소했다. 이 법은 국회의 첫 문턱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21일 통과되었다.
민식이가 떠난 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처음 정면으로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안해했다. "미안해. 모르는 척 해서 미안해. 나만 힘든 거 아닌데……"아내의 미안하다는 말에 남편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많이 힘들지? 미안하다. 내가 좀 더 잘났더라면 네가 그렇게 힘들게 일 안 했을 거고 그럼 우리 민식이도 그렇게 허망하게 안 갔을 텐데……." 민식이 아빠도 모든 일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기는 불행은 보통 남의 탓을 한다. 아니면 운명으로 받아들이거나 종교에 귀의해 슬픈 마음을 다스린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혹시 앞으로 또 생길 지도 모를 다른 아이의 불행을 막기 위해 법안 발의를 하고 법안통과를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었다. 민식이 부모는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세상은 내가 가만히 있으면 절대 바뀌지 않는다.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잘못 되었으면 잘못 되었다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말로써 알린 것으로 그칠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서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고칠 것이 있으면 고쳐야한다. 현재 국회에는 이번에 발의된 '민식이법' 외에도 '해인이법', '태호·유찬이법' 등이 각 상임위에 머물러 있다. 이 밖에 2016년 특수학교 차량에 어린이가 방치돼 숨진 것을 계기로 발의한 '한음이법', 2017년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세워둔 차량이 굴러오는 사고로 숨진 하준이 사례를 토대로 발의된 '하준이법'의 법안도 계류 상태다. 부모들은 불의의 사고로아이들을 빨리 떠나보낸 아픈 마음을 달래가며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을 발의하고 입법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인구절벽 운운하면서 아이를 낳을 것을 장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낳아 놓은 아이를 잃어버리지 않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밝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어른들의 안일하고 나태한 대처에 금쪽같은 목숨을 잃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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