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수 독자위원·인제대학교 미디어센터 간사

MBN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는 도시를 떠나 산속에서 살아가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모습을 이야기로 다룬다. 어떤 사람은 조그마한 집이라도 짓고 사는가하면 움막만 짓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계곡에서 빨래도 하고 장작에 불을 피워 몸을 녹이는 모습은 요즘 보기 드문 광경이다.

그런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오히려 자연인들은 도시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자연으로부터 치유받고 나름대로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고유한 생활방식이 있다. 이를 넓은 의미에서 '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젓가락을 사용해서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문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손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은 문화가 없는 사람일까? 그 또한 문화가 있다.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

우리는 종종 물질문명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을 놓고 문화가 없거나 문화가 빈곤한 상태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문화라고 하면 보통 물질문명과 혼동하기 십상인데, 그 둘의 개념은 분명히 구별될 필요가 있다. 물질문명은 삶을 둘러싼 여러 가지 위험요인들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이 지식과 지혜로 고안한 창조물이다. 물질문명을 이룩한 사용자의 입장에 따라서는 전과 후의 상황에 대해 위계를 지울 수 있다. 예컨대, 불에 달군 음식을 먹을 때 손으로 집으면 뜨겁기 때문에 그를 대신할 집게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 물질문명이 발달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 처한 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다양한 재료로, 제각각의 모양으로 집게를 만든다면 우리는 거기서 문화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어떤 곳은 철광석이 풍부해 쇠로 된 집게를 만들 수 있는가하면, 주변에 나무 밖에 없어 나무를 깎고 다듬어 집게를 만드는 지역도 있을 것이다.

물질문명의 관점으로 봤을 때는 나무집게보다 튼튼한 쇠집게가 우위에 있어 보이지만 문화의 개념으로는 어떤 것이 우위에 있다고 보기 힘들다. 문화는 사람이 주위의 환경을 최대한 수용해서 만들어가는 삶의 패턴이자 결실이다. 저마다의 문화에는 위계가 없다. 나무집게든 쇠집게든 고유한 지역의 특산물이 될 수 있고 그것들을 만들고 소비하는 것이 지역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여전히 쇠집게가 더 튼튼하지 않을까, 더 가치 있지 않을까라고 보는 시각은 물질문명의 관점에서 두 가지의 물건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나무집게를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자신만의 경향성을 따른 것이기 때문에 문화적 관점에서 존중받는 것이 마땅하다.

분명 물질문명에 관심이 쏠리는 시기도 있을 것이다. 전쟁이 만연한 시기가 그러했다. 전쟁에서 살아남고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단단하고 날카로운 무기를 갖는 것이 관건이었겠다. 하지만 평화와 공존, 문화다양성이 화두가 된 요즘 우리가 지녀야할 관점은 타인의 생활방식을 고유한 문화로 보고 존중하는 것이다.

문화라고 했을 때 '더 고급스러운 문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오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넓은 의미로 바라본다면 문화는 저마다의 고유한 생활양식이다. 문화도시 선정까지 얼마 안 남은 시점이지만, 지금이라도 우리가 혼동하고 있는 문화의 개념에 제대로 접근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김해시가 비전으로 삼는 존중과 배려의 문화다양성 도시를 실현하려면 시민으로서 문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져야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물질문명을 향유하지 않거나, 덜 누린다고 해서 문화 수준이 낮다고 판단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보다 다양한 시민들의 생활방식이 문화적인 관점에서 존중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