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야, 신라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아왔다는 낙동강변의 도요마을. 박정훈 객원기자 punglyu@hanmail.net

가야·신라시대 3천호 이상 거주, 조선시대 '도요저·도요진' 불려
이름만으로도 중요한 곳 추측, 농사 대신 생선 거래하며 생계

김해시의 가장 북쪽에서 밀양과 양산을 마주보고 있는 김해 생림면 도요리. 도요마을로 가는 도로 왼편으로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낙동강변에는 오랜 옛날부터 많은 어촌마을이 있었다. 도요마을 역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가야, 신라시대 때는 낙동강을 따라 배가 드나들던 곳이라, 3천 호 이상이 살았던 번창한 곳이었다고 전해진다. 강가에 도요새가 많이 날아와 '도요'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선시대 때는 도요저(都要渚) 또는 도요진(都要津)이라 불렸다. 한자 '要'를 마을 이름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아 매우 중요한 곳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시대 '중종실록'에는 '도요리에 1천 호 이상의 사람이 살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 초기의 문신이었던 점필재 김종직(1431~1492)은 '도요저(都要渚)'라는 글을 남겼다. "김해와 밀양이 경계선에 있다. 이곳 주민 수백 호는 대대로 생선 파는 것을 업으로 삼고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설명과 함께 시도 썼다.
 
"동쪽 이웃에 딸 있어 서쪽 이웃에 시집 가고 / 남쪽 배에 고기 오면 북쪽 배에 나눠준다. / 한 조각 강가 땅에 사는 일 어려워도 / 자손들 끝내 밭 갈고 김 맬 생각 않더라."
 
동서남북 사방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어업이 생업의 위주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시다.

어업 쇠퇴하고 농촌으로 변모, 마을 특산품 모래밭감자 유명
도요창작스튜디오 들어서며, 김해의 예술인촌으로 거듭나

▲ 도요마을 입구에는 특산물 감자를 자랑하는 조형물이 서 있고, 감자 파종을 기다리는 넓은 밭도 쉽게 볼 수 있다.
예전의 도요리에서는 어업이 주된 생업이었으나 지금은 농업이다. "우리 도요마을에서 생산하는 모래밭감자 먹어봤어요? 전국 최고 품질입니다!" 마을회관 앞 에서 만난 마을 어른들 중 류정부(71) 씨가 도요마을 특산인 감자 자랑을 늘어놓았다. 도요 모래밭감자는 2월말에서 3월초에 파종을 하여 6월 15일께 수확한다. 몇 년 전에는 '도요감자축제'도 열렸다. 그런데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축제만 즐기고 감자 판매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은 가운데, 고요하던 마을만 소란스러워져 지금은 축제가 중단된 상태이다. 감자 수확하느라 바쁜 마을 사람들은 정작 축제 구경도 제대로 못했단다. 도요마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그 넓은 감자밭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많이 사라졌다. 도요마을의 농지가 많이 축소된 것이다.
 
정해윤(62) 이장은 "지금은 56가구에 260여 명 정도의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외지로 나가고 부모들이 남아 고향을 지키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마을 취재를 하러 간 날, 마을회관 앞으로 어른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마을 청소도 해야 하고, 달집태우기 행사 준비를 해야 하고, 크고 작은 마을 일들을 의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에 도요창작스튜디오가 들어서면서 부산에서 도요마을로 이주를 해 온 최영철 시인 조명숙 소설가 부부가 전해주는 마을 어른들의 인심은 따뜻하다. "농사도 안 짓고 뭐 먹고 사노"하고 걱정을 하는 어른들이 감자며 고구마 등을 집안에 놓아두고 간단다. 문제는 누가 놓고 간 선물인지도 모른다는 것. 도요창작스튜디오의 연극배우들이 연습을 하느라 시끄러운 소리가 나도 어른들은 큰 불만 없이 묵묵히 참아주시고 있다.
 
▲ 마을 어른들이 회의시간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도요창작스튜디오도 연극 등 재미있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마을어른들을 제일 앞줄에 모신다. 도요가족극장에 연극을 보러간 시민들은 이윤택 극작연출가가 직접 소개하는 정해윤 이장과 마을 어른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윤택 씨가 이끄는 연희단거리패의 모든 공연은 도요마을에서 기획과 연습이 이루어지고, 도요가족극장에서 초연을 한 뒤 전국의 연극무대에 올리고 있다. 마을을 지키고 있는 원주민들과 외지에서 들어온 예술인들이 만들어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마을 청소를 하기 위해 모이라는 이장의 방송이 들려왔다. "주민 여러분~"으로 시작되는 정겨운 내용이다.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청소를 하고 나면 도요마을이 환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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