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훈 부산 세바른병원 원장

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원장님, 시술 후에 너무 씻은 듯이 나아서 한동안 무리했더니 다시 아프네요."
하시던 사업이 번창해 올해 내내 무리하셨단다. 환갑이 훌쩍 넘은 환자가 밤샘 작업을 불사하며 달려온 결과였다.

올 초 목디스크로 인한 팔저림으로 진료실에 들어설 때부터 팔을 어깨 뒤로 젖혀들고 어정쩡한 자세였던 60대 환자. 저릿하고 기분 나쁜 방사통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신경주사치료를 두세번 받았지만 전혀 차도가 없었다. 사실 신경주사로 낫는 사람은 치료 한두번만에 통증이 급격하게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환자처럼 두세번 받았는데도 통증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면 신경주사가 본인에게 효과가 없거나 디스크 탈출이 극심하다고 판단해 다음 치료로 넘어가야 한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환자가 시간을 자주, 길게 내기 힘든 상황에 그 다음 단계인 시술을 시행했다. 고주파수핵감압술과 신경성형술.

바로 다음날 병동에서 만난 환자는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며 즐거워했다. 꾸준한 관리를 당부하고 한달 뒤 경과 관찰을 위해 예약을 잡아드렸다. 그 사이에라도 불편한 점이 있다면 내원하시라는 말과 함께. 그런데 그런 분이 약 1년 만에 병원을 다시 찾은 것이다. 전보다는 아니지만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

허리나 목디스크는 치료를 열심히 해도 빨리 낫지 않고 오랫동안 애를 먹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디스크가 꽤 심한 경우 약만 처방하거나, 물리치료만 해서는 빨리 낫지 않고 통증도 오래 간다. 초기에 적극적이고, 집중적인 치료를 해 통증을 빨리 잡으면 그 이후 운동과 관리를 더 빨리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좋다. 하지만 치료 결과가 너무 좋아도 문제인 게(?) 바로 이 환자의 경우이다. 디스크를 치료하고 통증이 잦아들면 당분간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특히 치료 후 단기간에 빨리 좋아진 분들이 많이 그런다. 너무 빨리 좋아져서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무리를 하는 것이다. 또 어떤 분들은 아예 반대의 상황에 놓여있다. 통증이 많이 줄었어도 아프고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몸을 사리고 움츠러들어, 운동량이 부족해 다시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너무 과해도. 너무 모자라도 문제인 것이다.

앞선 이야기 속 환자는 처음 아팠을 때보다 통증의 강도도 줄고, 몸이 피곤해지고 무리할 때만 통증이 시작되는 양상이었다. 또 다행히, 이번에는 신경주사 치료의 효과가 좋았다. 무리하지 마시되, 1-2주 간격으로 신경주사치료를 당분간 꾸준히 받아보기로 했다.

다시 찾아온 통증에 너무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통증은 견디기보다는 치료해 다스려야 할 대상이다. 흔히 주변으로부터 조금 예민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오히려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조금만 참으면 곧 나아' '한번 수술했으니 다시 치료를 받는 건 무리야' 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원인을 찾아 해결해보자'는 자세가 중요하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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