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재발생 위험이 높은 겨울철이 되면서 지난해 10월 발생한 ‘서상동 원룸 화재사건’의 악몽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까하는 지역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동상동의 한 원룸촌. 이현동 기자


필로티·드라이비트 공법 원인
건축법 개정됐지만 위험 여전
“경각심 갖고 안전주의 만전을”



지난해 김해 서상동에서 발생한 원룸 화재사건의 기억은 아직도 김해시민들에게 악몽으로 남아있다.
 
서상동 원룸 화재는 지난해 10월 한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나 1억 80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이었다. 단순한 화재인듯 했지만 인명피해는 의외로 컸다.
 

2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는 등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화재 원인은 필로티(pilotis) 구조와 드라이비트 공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필로티 구조는 1층은 기둥만 세워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고 2층 이상부터 거주 공간을 만드는 건축양식을 말한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를 붙이고 그 위에 석고나 시멘트를 덧바르는 마감 방식이다. 저렴한 비용과 손쉬운 공사 방식이 특징이다. 원룸 건물이나 소형주택 등에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다.
 
문제는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마감한 필로티 구조 건물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불이 발생하면 불길이 순식간에 퍼지고 유독물질을 내뿜기 때문에 서상동 화재 같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상동 원룸 화재사건'을 계기로 이 같은 구조의 심각성을 인식, 법 개정에 나섰다. 국토부는 지난 8월 △가연성 외부 마감재료 사용금지 확대 △필로티 주차장 건축물 화재안전성능 강화 확대 △층간 방화구획 기준 전 층으로 확대 △건축물 계단 설치 관련 기준 개선 △이행강제금 부과기준 상향 조정(시가 표준액의 최대 10% 부과) 등 5개 항목을 담은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지난달 7일부터 시행됐다.
 
앞으로 지어질 건물은 개정된 법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기존 건물의 취약성은 법 개정 후에도 여전했다.
 
경상남도가 최근 도내 필로티 건축물 1만 1139개를 전수조사 한 결과 64%에 달하는 7083개 동이 여전히 불량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해에는 1km 반경에 100개 동 이상이 밀집한 지역이 4곳, 총 1613개 동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도내에서 4번째로 많은 수치다.
 
실제로 본보 취재진이 화재 전문가와 함께 김해지역 원룸이나 필로티 구조 건물이 많은 어방동과 동상동 등을 둘러본 결과, 많은 건물들이 여전히 화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건물이 외벽이나 천장이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마감돼 있었기 때문에 화재가 수직으로 확산되기 쉬운 구조였다.
 
또 주차장 차량에 천장재 파편이 떨어져 불이 옮겨 붙거나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화재가 커질 우려도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어방동의 한 필로티 구조 원룸에 거주하는 권 모(25) 씨는 "이런 건물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여러 사정상 어쩔 수 없이 거주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불특정 다수가 좁은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겨울철이면 더욱 불안해진다"며 "이런 건물은 여전히 거대한 화약고나 마찬가지여서 종합적인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주자들의 불안과는 달리 기존 건물은 아직까지 건물주와 입주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화재에 조심하는 것 외는 안전대책이 미흡한 실정이다.
 
김해동부소방서 관계자는 "내가 생활하는 주거 공간이나 회사, 다중이용시설 공간의 천장이나 외장재가 플라스틱 같은 가연성 자재인지 불연성 자재인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1층에 스프링쿨러와 소화기 등 소방설비를 갖추고 주차장에 폐박스 등 생활쓰레기를 버리는 공간이 있는 경우 근처에서 금연하는 등 불씨가 생기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시 건축과 관계자는 또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 다중이용업소를 대상으로 한 '기존 건축물 화재안전성능보강 지원 시범사업'이 올해까지 진행된다"며 "간이 스프링쿨러·피난계단 설치, 외벽 마감재 교체, 천장보강 등 공사비용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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