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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백로의 상생은 가능할까시론
  • 수정 2019.12.24 14:02
  • 게재 2019.12.24 14:00
  • 호수 452
  • 11면
  • 정진영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report@gimhaenews.co.kr)
▲ 정진영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2015년 7월 30일 풍요의 상징 길조 백로가 김해시 구산동 구지봉을 찾았다며 이는 김해시의 친환경 정책의 결과로 볼 수 있다는 대대적 환영의 글이 제753호 김해시보에 올라왔다. 당시 시 관계자는 "도심지에 백로가 서식하는 것은 희귀해 도시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좋은 사례인 반면 어렵게 둥지를 튼 백로를 보존하기 위한 대책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이 흘러 2019년 5월이 되었다. 백로를 환영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어졌다. 아니, 이제는 백로 떼로 인한 소음과 악취 문제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민원이 빗발치게 됐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폭발성 민원은 올해 처음 제기됐다. 지내동과 수로왕비릉에 흩어져 살았던 백로들이 구지봉 인근으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흩어져 살았을 때는 사람과 백로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 곁 좁은 땅에 몰리자 갈등이 일어난 것이다. 부화된 어린 새를 포함하여 대략 천 여 마리로 추정됐다. 왜 갑자기 많은 수의 백로 떼가 한 곳으로 몰린 것일까? 해반천의 생태환경이 좋아지면서 백로의 주 먹이인 물고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먹이가 풍성해져도 백로 또한 좁은 서식지에서 밀집해 살고 싶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렇게 한 곳으로 몰려든 이유를 찾던 중 지내동 인근 농지의 농약 살포로 인한 서식환경 악화와 허수로왕비릉 잔디 및 적송 보호를 위해 기존 서식지에서 쫒아낸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구지봉 인근 백로 밀집에 인간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김해 한 곳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전국이 백로로 인한 악취와 소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원인은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추정되었다. 인간의 이기와 욕심이 부메랑이 되어 인간에게 돌아온 것이다.

옛날에는 백로가 많이 날아오면 마을이 흥하고 적게 오면 쇠한다는 속설을 믿고 귀하게 여겼다. 명당 중의 명당이라고 하는 배산임수의 지형에 백로가 집단 서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틀린 말이라고도 할 수가 없다. 이번에 백로 떼와의 갈등이 발생한 구산동 구지봉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라 개발의 발톱이 함부로 들어설 수 없다. 자연스럽게 숲이 우거지고 사시사철의 변화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어쩌면 개발과 훼손이 경제 발전을 낳는 황금알이라 믿는 시대에 인간이 그나마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백로가 살 수 있는 서식지를 다시 복원하고 확장하는 것이라는 것을 백로는 우회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올 해 7월 민원에 대한 대책은 빈둥지 철거와 공포탄 발포였다. 민원도 민원이지만 사적지로 보호되면서 생육 상태가 뛰어난 다량의 소나무가 몰려든 백로의 분변에 의해 말라 죽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대책은 시급했다.

그러나, 물대포 살포나 공포탄 발사는 급한 마음에 바늘 허리에 묶은 실이었다. 백로에게 순간 위협이었을 뿐, 이 곳이 서식하기에 적절한 곳이 아니다고 판단해 떠나게 하기에는 무용지물의 방편이었고 행정력 낭비였다. 민원이 요구하는 것은 임시방편적인 처방이 아니었다. 결국 빈 둥지를 장대로 철거하고 물대포로 백로 배설물을 씻어 내리는 청소를 시행하며 백로가 8월 말 동남아로 떠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올 해 백로 소동은 이렇게 끝났다. 우리에게 개발과 훼손에 의해 백로 서식지가 축소되고 있는 거꾸로 정책을 바로 잡고 사람도 백로도 여유있게 살 수 있는 방안을 하루 빨리 검토하라는 숙제를 남겨 놓은 채.

김해시는 지난 20일 백로 대체 서식지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람이 당연 먼저지만 생태계의 보고인 백로 서식지 또한 보호할 의무가 있다. 앞으로 대체 서식지 조성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화활동에 지역주민을 참여시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고 주민이 백로를 지역자원으로 활용하는 마을기업을 운영할 수도 있다.

실례로 울산의 태화강방문자센터 여울이라는 마을 기업은 겨울 철새인 태화강 까마귀와 백로를 소재로 겨울 철새 학교와 백로생태학교를 운영하여 울산의 명물로 만들었다. 김해시가 국제 슬로시티라는 이름만 붙여놓지 말고 진정한 느림의 미학이 공존하는 도시로 탄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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