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돈 김해뉴스 독자위원·김해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

다사다난했던 기해년이 힘겨운 숨을 몰아쉬며 저물고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대학 교수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매년 연말마다 한 해 동안의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하고 있는데 2019년의 사자성어 1위는 공명지조(共命之鳥)이다. 공명지조는 불교 경전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는 공동운명체를 뜻하는 상상 속의 동물로서 한 몸에 두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새를 뜻한다. 머리는 둘이라도 몸은 하나이니 비록 생각은 다를 수 있어도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상부상조하면서 서로를 지켜줘야 공존할 수 있는 새이다. 공명지조라는 새는 한 쪽 머리는 낮에 일어나 좋은 열매를 먹고 다른 한 쪽 머리는 밤에 일어나 그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과일을 먹었다고 한다. 이에 밤에 일어나는 머리가 낮에 일어나는 새에게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어 죽였으나 자기 또한 같이 죽고 말았다고 한다. 즉 상대편을 죽이면 나만 살고 모든 것을 독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공멸한다는 교훈을 주는 사자성어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경제, 정치, 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서 참으로 심각한 지경에 놓여 있었다. 미·중 간의 무역 마찰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 전운, 일본의 일방적인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로 발생한 한·일 간의 무역 분쟁 등 우리나라의 경제는 더욱 어려워진 해였다. 정부의 실업률 제고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 청년실업자는 늘어나고 가계 부채는 물론 국가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서울과 지방 간의 주택가격 양극화는 더욱 심해져 가고 있다. 백년지대계인 교육 정책은 여론의 추이에 따라 해마다 바뀌면서 학생과 학부모는 갈팡질팡하고 있으니 서민들은 물질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은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해묵은 갈등 구조 속에서 첨예하게 대립해있다. 대화와 협의를 통한 상생의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국회 본연의 업무인 정책 수립은 하지 않고 있으니 식물국회요, 극한투쟁만 일삼고 있으니 동물국회라는 자조적인 말이 회자된다.  '공명지조'라는 새처럼 상대방을 무너뜨려야만 자기편이 살 수 있다는 참으로 어리석고 안타까운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권의 끝없는 갈등 구조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파되어 시위 집회가 일상화되고 있으며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의 갈등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혼돈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빨리 반목과 갈등의 질곡에서 벗어나야한다. 2020년 경자년 새해부터는 상대편의 실체를 존중하여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사자성어 '공명지조'를 마음에 새기면서 배려와 나눔, 소통과 타협의 실천하는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혁신과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사회 구조를 바꾸려고 하지만 지금까지 국민들을 만족시킨 정부는 없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정치 개혁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국민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서민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그리고 국민과 기업의 경제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구태의연한 규제 철폐, 경제 양극화 최소화, 청년 취업률 제고, 사회적 약자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 구조 변화 등 민생이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국가 정책을 정부나 국회가 내놓아야 우리사회는 공존할 수 있다.

올(2020년) 연말 쯤 발표되는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 '어목혼주(魚目混珠)'처럼 국민들에게 혼돈과 상실감을 주는 부정적인 글귀가 아니길 바란다. 희망을 주는 긍정적인 사자성어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경자년 새해에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우리사회가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오늘의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길 희망한다. 또한 김해시민 모두가 행복한 한 해 보내시길 바란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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