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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무서워서 장사하기 겁납니다"
  • 수정 2020.01.07 13:08
  • 게재 2020.01.07 13:06
  • 호수 454
  • 2면
  • 이현동 기자(hdlee@gimhaenews.co.kr)
▲ 최근 대담한 미성년자들 탓에 이중고를 겪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어방동의 주점 거리.

 신분증 위조해 음주 등 탈선
 영업정지 등 업주 피해 여전
"선의의 영업주도 보호해야"



"주민등록증요? 제 사촌 형 건데요. 신고하려면 하세요."

김해 어방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박 모(53) 씨는 최근 80만 원을 넘게 들여 신분증 검사기를 구입해 계산대에 배치했다. 지난해 12월 나이를 속이고 가게에 들어와 술을 마시다 적발된 고(18)모 군과 차(18)모 군 때문에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두 학생은 자신들의 나이를 21살이라고 속이고 가짜 신분증까지 제시하며 박 씨의 경계심을 풀었고, 수차례 가게에 방문해 술과 음식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속 적발 후 이들에게는 아무런 제재 없이 훈방조치만 내려진 반면 업주 박 씨는 사실상 폐업과 다름없는 수준의 행정처분을 받게 될 위기에 처했다.

박 씨는 "신분증 검사기를 설치하자마자 전에 오던 학생들 발길이 뚝 끊겼다. 소위 '뚫린 가게'라는 소문이 났던 것 같다"며 "작정하고 위조한 신분증을 제시하면서 성인이라고 주장하면 도저히 본인 여부·성인 여부를 가려낼 수가 없다.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도 없다. 이들이 악의적으로 경찰에 신고까지 하면 개인 자영업자들은 속수무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성년자들은 다 빠져나가고 업주만 처벌 받는 게 대체 무슨 법이냐. 억울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간 큰(?) 미성년자 탈선으로 인한 자영업자 피해 사례(본보 지난해 6월 12일자 2면 보도)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방학을 맞아 미성년자들이 술을 마시다 적발되는 사례는 더 빈번해졌다. 최근에는 신분증 검사기가 아니면 구별할 수 없는 위조 신분증이 SNS 등 온라인에서 저렴한 값에 거래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품접객업자가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했을 때 1차 적발 시 60일 이내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2차 적발 시 최대 180일로 기한이 늘어난다. 이후에는 영업허가 취소까지 받을 수도 있다.

다행히 지난해 6월부터 손님이 청소년인줄 모르고 주류를 판매했거나 폭행·협박 때문에 술을 판 업주에게 제재·처분을 면해주는 내용의 개정 식품위생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청소년이 위조 신분증을 이용했다거나 악의적인 의도로 나이를 속였다는 사실을 업주가 몰랐다고 인정할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또한 청소년 보호법에 의한 형사처벌을 면제받더라도 행정처분은 피할 수 없어 빈틈이 많다는 지적이다.

업주들은 미성년자들을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 아래 감싸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처벌하는 규정도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초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적 있는 업주 최 모(50) 씨는 "미성년자들에게 속아서 술을 판 업주들만 처벌받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따지고 보면 나이만 어릴 뿐 그들도 범죄자나 마찬가지"라며 "청소년 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해시 위생과 관계자는 "자주 오는 손님이어도 매번 신분증 검사를 무조건 실시해야만 한다. 면책 조항이 있어도 조사 과정에서 신분 확인이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제재를 면하기 힘들다"며 "현재로선 검사기를 들이거나 업주가 조심, 또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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