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부터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포장용 테이프·끈이 사라졌다. 한 소비자가 테이프없이 종이박스를 엇갈리게 접어 물건을 담고 있다. 이현동 기자


"주말에 몰아서 장을 보는데 박스를 묶을 테이프 등이 없으면 어떻게 하란 말이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면 조금 번거로워도 장바구니를 챙겨다니면 되지~"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자율 포장대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노끈이 사라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시행 초기와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은 줄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엇갈리고 있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있는가하면 박스를 겹쳐 이중 포장하든지, 장바구니를 가져오는 등 적응해 나가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환경부와 맺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을 위한 자발적 협약'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고객용 자율 포장대에서 테이프와 노끈을 없앴다.
 
당초 종이상자까지 없애기로 했지만 소비자 편의를 고려, 종이상자는 그대로 제공하기로 했다.
 
메가마트는 자율협약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설 연휴가 끝난 뒤인 오는 28일부터 자율포장대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끈을 점차적으로 없앨 계획이다.
 


지난 주말과 휴일 이마트와 롯데마트 김해점은 가족단위 고객들로 매장 내부가 북적였다. 하지만 자율 포장대 주변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포장대 주위에 종이상자는 가득했지만 테이프·노끈은 보이지 않았다. '1월 1일부터 포장용 테이프·끈 제공이 중단된다', '종이박스 포장 시 상품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내용의 안내문만 자리를 지켰다.
 
이날 계산을 마친 물건을 카트에 싣고 자율포장대 앞으로 온 후 난감해 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 특히 무거운 물건 여러 개를 든 소비자들은 박스를 묶을 끈을 찾느라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주말 마트를 찾은 이예강(25) 씨는 "물·음료처럼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건을 살 때 종이박스를 애용했다. 박스에 물건을 담은 후 테이프로 2~3바퀴 정도 박스를 감아줘야 안전하게 차량까지 갖고 갈 수 있다"며 "테이프나 끈 없이 종이박스만 제공되는 건 사실상 박스를 쓰지 말라는 뜻 같다. 차라리 테이프도 하나 살 걸 그랬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삼정동에 사는 박광옥(54) 씨 역시 "대형 장바구니를 써도 종이박스 사용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용량이 차이가 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번 장바구니를 구매하거나 챙겨오는 것도 번거롭다. 벌써 집에 몇 개나 쌓여있다"며 "장바구니도 결국 재활용 안 되는 쓰레기다. 이게 환경정책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날 깨질 수 있는 유리 제품을 박스에서 빼거나 박스를 겹쳐 이중 포장하는 소비자도 눈에 띄었다.
 
반면 테이프가 제공되지 않자 마트에서 아예 테이프를 사거나 집에서 가져오는 고객도 보였다. 집에서 장바구니를 챙겨온 고객도 있었다.
 
부원동에 거주하는 김민석(30) 씨는 "테이프·노끈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면 번거로워도 장바구니를 매번 챙겨다니겠다"며 "무거운 물건은 장바구니에 담고 가벼운 것만 박스에 담아 사용해도 된다. 오히려 박스를 버릴 때 귀찮게 테이프를 뜯을 필요 없이 바로 버릴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제도 시행 취지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대용량 장바구니를 제작해 대여·판매하면서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이 장바구니를 크기에 따라 보증금(1000~4000원)을 내고 대여하거나 구입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장바구니 이용을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아직 이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종이박스에서 장바구니로 완전히 넘어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 자율 포장대에서 활용하는 플라스틱(테이프·포장끈·커팅기 등)은 연간 658t 규모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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