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정 시인·수필가

다사다난했던 기해년이 물러가고 경자년의 새해가 밝았다.

유난히도 밝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또 한 해의 소망을 빌어본다.

전년에 빌었던 소망이 비록 이루어지지 못하였더라도 다시 새로운 희망을 걸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삶에 큰 위로가 된다.

해가 뜨고 지고, 아침이 오고 저녁이 오는 것처럼 한 해가 가고 또 새해가 온다. 해마다 달력을 새로 걸면서 사람들은 세월이 참 빠르다는 걸 느낄 것이다. 이천 년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라고 온 지구촌이 들썩거리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새 천 년의 이십 년 문턱에 섰다. 하루 스물네 시간, 한 달, 일 년을 내가 소비하고 누리며 살아온 시간이니 억울한 일도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가속도가 붙은 세월이 조금 야속하기도 하다.

이제 또 한 살이 보태어졌다. 세상에 나이만큼 공평한 게 어디 있을까 싶을 만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게 나이다. 그러나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은 공통으로 느끼는 나이에 대한 비애감이 있다. 숫자가 늘어난 만큼 앞으로 살아갈 생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 플러스는 마이너스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니 새해라는 단어가 달갑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새해 아침이면 또 습관처럼 소망의 기도를 하게 된다.

대학교수들이 뽑은 지난해 사자성어가 공명지조( 共命之鳥)라 한다.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서 혼자만 살려고 하면 결국 둘 다 죽는다는 뜻으로 양극대립이 극심한 사회현상을 지적한 것이라 한다.

넓은 의미에서 운명 공동체의 성격을 가진 한 나라가 번성하려면 대립보다는 화합과 포용의 정신이 절실한데도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니 국민들 마음이 편치가 않다. 그러나 싸우면서 정든다는 옛말처럼 역사적으로 볼 때 혼돈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해 왔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으며 새해에는 나라에도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올해도 건강하고 보람된 한 해가 되길 바라는 것은 기본이지만 특별히 욕심을 내는 것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심신의 기능이 약해져서 몸에서 에너지가 빠져 달아나고 열정과 감성은 자꾸만 메말라 가는데, 더 늦기 전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좋은 글 한 편 쓰고 싶다는 꿈을 꾸어보는 것이다. 늘 민숭민숭하기만 한 황혼의 삶에 무언가 도전해 보는 꿈이라도 있다면 고속열차처럼 달려가는 세월의 바퀴에 자주 제동을 걸고 그 속도를 조금 늦출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혼자만의 상상에 젖어본다.
새로 걸어놓은 2020년 농협 달력이 넙데데한 얼굴로 내려다보며 잘해보자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다.
2020년, 나는 지금부터 이 숫자를 사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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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경자 씨!

올 한해 잘해봅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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