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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하나, 신문지 턱 가리개오늘의 수필
  • 수정 2020.01.15 09:07
  • 게재 2020.01.15 09:05
  • 호수 455
  • 11면
  • 박은희 김해 시의원(report@gimhaenews.co.kr)
▲ 박은희 김해 시의원

인생 50줄에 입문하여 맞이하는 사계절(四季節)은 10대, 20대에 미처 깨닫지 못한 굴곡 많았던 삶의 조미료를 첨가하니, 보석보다 더 빛나고 질그릇처럼 중후하고 신비롭기만 하다.

봄은 입학, 졸업, 출발의 존귀함을 일깨워주고, 여름은 삶의 뜨거운 열정을 깨닫게 하며, 사색의 계절인 가을은 그리움과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감정을 순화시켜 주고, 겨울은 사람과 사람들의 36.5℃체온을 통해 나눔과 온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계절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사계절(四季節)의 조화로움이 있기 때문에 1년 365일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는 것 같다.

2013년의 가을은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것 같아 더욱 아쉽기만 하다.

바쁜 일상으로 인해 가을하늘, 가을 단풍, 은행잎 등 자연이 지은 유화 작품과의 교감도 하지 못한 어느 늦가을 날 대학 다니는 딸이 메일로 보내 준 캠퍼스의 가을 정취가 듬뿍 담긴 사진 속 주인공이 되니, 3년 전 가을 국화 향이 온 세상을 물들였던 아름다운 가을날 이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고했던 친정어머니 생각이 간절하게 난다.

늦가을 한 가운데 서 있는 나는 어.머.니라는 세 글자를 오래도록 가슴으로 불러본다.

3년 가까이 병원의 하얀 침대 시트만이 어머니 인생의 마지막 공간이며, 쉼터였다.

평생 교직에 몸을 담았지만, 인생의 겨울을 맞이한 세월 속에서 몸과 정신의 나약함은 피할 수 없는 삶이었다.

직장으로 인해 저녁 시간을 이용해 어머니 간병을 해 드리면서 휠체어에 태워 할매 국수집에서 국수를 사드리며, 달 밝은 가을 밤 시청 뜰을 수없이 돌고 돌면서 어머니의 친구가 되어 드렸다. 78년 평생 유일한 피붙이인  딸들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신기하게도 막내 사위만 끝까지 알아보셨고 평소 예술을 무척 사랑하셨던 어머니는 애창곡으로 즐겨 부르셨던 '가고파'라는 가곡의 음정과 가사는 정확하게 부르고 또 부르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어느 날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까올 즈음 어머니 병문안을 갔을 때의 일이다. 갑자기 어머니께서 낡은 신문지를 꺼내시더니, 한 장은 무릎 위에 깔고 또 다른 한 장은 둥글게 구멍을 뚫어 곱게 접어 환자 복 위 단추 구멍에 걸어 놓고선 식사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날은 한없이 마음으로 울고 또 울었다. '신문지 턱 가리개'는 78년 평생 어머니 인생의 마지막 보물이었다.

치매로 인해 꼬깃꼬깃해진 신문지 한 장도 간병사의 눈치를 보시며 얻지 못하시던 어머니, 한 때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당당했던 자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 같아 참 많이 안타까웠다.

이렇듯 우리들 삶 또한 그리움 하나 남긴 체 자연의 순리 속으로 떠나는가 보다.

딸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을 선물해 준 사진들을 한 번 더 들춰보며, 신문지 턱 가리개를 하신 그리운 친정어머니를 떠올려 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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