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눈을 뜨니 세상이 하얗다. 창밖 하얀 세상으로 얼른 뛰어나가야 하는데 아빠는 아직 한밤중이다. "어서 일어나요. 눈 위에 발자국을 푹푹 찍고, 눈덩이를 냠냠 먹어 보고 싶어요." 아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빠는 한마디로 거절한다. "안 돼, 그러면 감기 걸려."  감기에 걸려도 괜찮다는 아이에게 "열이 끓어올라 집이 불탄다" "병원에 입원시킨다" "주사를 맞고 너는 엉엉 울거다" 궤변과 협박(?)을 늘어놓는 아빠는 주변 어디에나 있는 아빠의 모습이다.

아이는 아빠가 꼬옥 안아 주면 다 괜찮아진다는데 아빠는 한술 더 떠 "너무 멀리 있어서 안아 주기 어려울 것 같다"고 회사 핑계를 댄다.

<아빠와 나>는 주말이 되어 쉬고 싶은 아빠와 그 아빠랑 보낼 주말을 기다렸던 아이의 이야기다. 아빠도 힘들다는 거 다 안다. 일에 쫓기는 나날에 꼼짝 않고 쉬고 싶은 마음도 이해한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아빠를 부르는 아이는 곧 부모에게서 분리되어 자신만의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게 된다. 그때는 "같이 놀자"고 아이를 불러 봐도 늦다.

아이는 아빠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나는 아빠의 아빠가 될래요." 같이 놀아주지 않는 아빠에게 "미워!"를 외치는 대신 자신에게 못 해준 것들을 아빠에게 해주고 싶다는 말이다.

아이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게 된 아빠는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 사
랑의 밀당이 귀엽다. 또한 잊고 있던 '아이의 부모를 향한 사랑'을 되새겨주는 그림책이다.
 
부산일보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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