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영이는 언니가 새로 생기던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3년 전 피자집에서 세영이와 엄마, 언니와 언니의 아빠 네 사람이 처음 만났다. 좋아하는 피자마저 목에 걸린 기분이 들 정도로 불편했던 세영이는 화장실에서 그만 실수를 한다. 아홉살이나 돼 오줌도 제대로 못 누느냐고 비웃을 줄 알았는데 언니는 물휴지로 직접 다리까지 닦아줬다. 그렇게 세영이와 언니는 가족이 됐다. '새로 가정을 꾸린 네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이야기가 끝나면 좋겠지만 엄마는 언니의 아빠와 헤어졌다. 보름 전의 일이다. 언니를 만나기 전 오랫동안 엄마랑 단둘이 살았고, 엄마가 자주 밤늦게 들어와 세영은 '집에 혼자 있는 것'에 익숙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너무 힘들다. 언니가 없는 집에 혼자 있는 게 너무 싫다.

세영은 학원 가는 버스를 잘못 내렸다는 거짓 핑계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속는 것 같았던 언니가 이야기한다. "세영아, 언니한테 아무 때나 전화해도 돼." 피 한 방울 안 섞인 두 사람을 언니-동생으로 이어준 건 어른들이지만 그 관계를 끊는 건 어른들 맘대로하면 안된다고 언니는 말한다.

<모퉁이 아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의 길'에 대한 이야기 담은 동화집이다.

마음으로 이어진 가족을 다룬 '모퉁이 아이'와 엄마가 돌아가신 후 시골에서 외할머니와 사는 손녀 수연의 이야기인 '닭 잡는 날', 여자친구에게 푹 빠진 사춘기 아들을 지켜보는 엄마가 등장하는 '기역과 히읗 사이', 복을 지어야 다음 생에 좋게 태어난다는 할머니 말에 지원이가 이웃집 아이의 안전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나라를 구할 거야' 네 편이 들어있다.
 
부산일보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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