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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유발자시론
  • 수정 2020.02.17 14:50
  • 게재 2020.02.11 15:20
  • 호수 458
  • 11면
  • 김용권 시인(report@gimhaenews.co.kr)
▲ 김용권 시인

정월 대보름이 지났다. 세상 만물이 휴면의 시기를 보내고 통성명으로 일어서고 있다. 정월대보름을 지나면 농부들은 농사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가락들판은 내 생애 가장 분주한 기운으로 물길을 틀 것이다. 겨울의 빈 슬픔이 다 지나가고 다시 채워야 하는 사랑으로 일어서고 있다. 비움과 채움은 자연의 순리이면서 우리 인간의 넘치는 욕망을 누그러뜨리는 정화조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생명의 봄바람이 어디서부터 불어오는지 모르지만 끝없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시간 속에 우리는 있다. 신이 휘두르는 삶의 작대기가 무지막지 할 때도 있다. 삶의 첫머리에 당신을 두고 떠나오던 그날 밤은 무척이나 무서운 날도 있었으니, 아니 혼자 남은 것보다 같이 하는 날들이 더 무서운 지금, 나는 세상의 전부를 책상위에 그려 놓고 사랑을 잊은 사람처럼 오늘을 살고 있다.

우한의 교포들이 안전한 고국으로 돌아와 약 2주간의 시간을 독방에서 보내고 있다고 한다. 악마 같은 얼굴로 다가온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에 고통을 받고 있는 순간이다. 교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확산의 공포와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무수한 죽음들이 쏟아지는 중국의 현실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연일 정부에서는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불안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사랑이란 이런 것일까? 계란을 던지며 수용 반대를 외치던 진천, 아산 주민들은 이제 수용된 우리 교민들의 무사 귀환을 응원하면서 서로에게 격려의 말을 던지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행동이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탈출한 교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용기를 주면서 내가 위안 받는 것이다. 수용의 자세가 이런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것에도 'We are Asan'을 외치면서 연대 캠페인을 벌이는 것에서 사랑이라는 숭고한 정신을 볼 수 있다.

생거진천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 지역은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아픈 몸과 마음을 치료하던 곳이기에 '우리는 아산' 이라는 캠페인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긍휼과 애민정신이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나는 긍휼심이 있는 사람인가? 내가 아는 도덕과 의를 세우고 가는 길에서 진정한 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나만 아니면, 내 가족이 아니기를 기도만 했을 뿐, 울려 퍼지는 종소리 뒤에 간절한 기도와 시침 속에 찔린 마네킹의 뒷면을 보기나 했던가?

흔히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것은 돌려놓고 보면 우리 인간은 모두 미성숙 하다는 것이기에 반성의 의미도 담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난리법석인 우한 폐렴에다 무슨 사랑타령을 하고 있다고 질책할지 모르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를 일으켜 세우는 일은 사랑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우한의 영사는 대한민국 비행기에 교민을 다 태워 보내고 나서야 혼자 남아서 펑펑 울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사랑의 진실은 희생과 봉사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생은 어떤 눈물로 완성되는가? 한 번의 희생과, 한 번의 믿음이 어쩌면 똑같은 절망을 버무려서 혹한 속으로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우리가 누려야 할 사랑이라면, 아무리 큰 어려움이 닥쳐도 우리라는 이름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면역력도 생기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생각이 같아져서, 한 몸이 되어서, 어둠의 피조물을 서로 나누어 덮어쓰고 밝은 내일로 함께 가려는 것이 공동체적 사랑일 것이다.

나는 사랑유발자. 나로 인하여 오래 곪은 상처가 아물 수 있다면, 꺾어진 나뭇가지에 수액이 오르고 꽃이 핀다면, 나의 생각은 너의 생각으로 가득차고 희망의 내일이 너의 것으로 일어설 때 우리는 사랑으로 그득한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가로등에 불의 반지를 끼워 두고 절망이라는 곳에 사랑이라는 감옥을 둘러씌운다면 저 괴물의 실체도 필시 두려움에 물러 설 것이다.

이것 또한 곧 지나갈 것이다. 슬픔이라는 것은 사랑이 지나간 흔적이다. 그래서 아픈 것이다. 깊은 상처를 남기고 간 마음을 빌려서 나의 사랑을 완성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모든 곪아터진 상처에 사랑이라는 처방전을 투여하면서 우리 모두는 사랑유발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우한의 폐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망가진 폐렴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전을 서로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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