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갑을장유병원(옛 e-좋은중앙병원)에서 독감으로 병원을 찾은 어린이와 부모들이 소아과 대기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진제공=갑을장유병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한나라 원제(元帝) 때 흉노 왕 호한야(胡韓耶)의 왕비로 끌려간 비운의 궁녀 왕소군의 슬픈 운명에서 유래된 이 말은 '봄이 왔어도, 봄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24절기상 입춘은 지난 4일인데, 동장군이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춘래불사춘'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계절적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명 '독한 감기'로 불리는 독감(인플루엔자)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초 질병관리본부가 전국에 발령한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두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고, 표본감시 결과 이달초 인플루엔자 의심환자 비율은 전국 1천 명당 21.1명으로 유행기준인 3.8명을 5.5배 이상 초과한 상태다.
 
■ 올해 독감 얼마나 심하나
고열과 인후통, 한기, 두통, 오심, 복통, 설사 등의 증세를 동반하는 독감은 발병 후 증세가 심해지면 시쳇말로 "죽겠다"는 호소를 연발하게 한다. 인플루엔자로 1주일 정도 심하게 고생한 주부 A(구산동·37) 씨는 "처음엔 목 안이 붓고 두통과 눈에 열이 나는 정도라서 가벼운 감기 정도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약국에서 약을 사 먹었는데도 증세가 더 심해져 결국 병원에서 인플루엔자 진단을 받고 치료를 했는데 너무 심하게 아파서 정말로 죽을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A 씨의 경우처럼 대수롭지 않은 가벼운 감기 정도로 판단해 약을 사먹었다가 증세가 악화돼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 인플루엔자 확산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달 셋째주를 기준으로 김해지역 종합병원과 소아청소년과에는 하루 평균 내원 환자의 30~40% 가량이 인플루엔자 환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아과병동의 경우 병상의 50% 이상이 인플루엔자 환자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정실소아청소년과의원 한정실 원장은 "하루 내원 환자의 30% 정도가 인플루엔자 환자들인데 지난해보다 증상이나 환자비율이 심각한 편"이라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다른 바이러스의 침투도 용이한 신체상태가 되므로 면역계 과잉반응이 초래되고, 특히 소화기 계통에서 설사와 복통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또 "고열 등이 지속되고 증상이 심해지면 폐렴이나 천식으로까지 악화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며 "안정과 휴식, 적절한 치료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 증상과 치료
독감은 감기 증세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인플루엔자(influenza)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일반 감기와 다른 점은 독감의 경우 콧물, 기침, 인후통 등의 국소적인 증상보다는 발열, 근육통, 두통 등의 전신적인 증상이 훨씬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건강한 성인이 감기 증세를 보인 뒤 2~3일 정도 일하기가 어려울 만큼 증상이 심해지면 독감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침을 많이 흘리고, 잘 먹지 못하며, 심하게 보채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오심, 구토, 설사, 복통 등 위장관 증상이 빈번하게 나타나며, 때로는 열성 경련이 나타나기도 한다.
 
진단은 바이러스의 서식지인 콧속 점액을 면봉으로 채취하거나, 입속 목 부근을 면봉으로 닦아내 양성반응 여부를 살피는데, 상태가 심한 환자들의 경우 이 과정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에 들러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대개의 경우 2~3일 정도 발열과 전신 증상이 동반되다 호전되며, 약 1주 정도 지나면 대부분의 증상은 호전되지만 기침은 몇 주 동안 지속될 수 있다. 합병증으로는 폐렴이 가장 흔하고, 특히 소아나 만성 심폐 질환을 가진 노인, 면역저하환자 등은 합병증이 생겨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3일 전남 광주에서는 생후 18개월 된 유아가 독감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치료는 충분한 휴식과 수면 등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해중앙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원정 과장은 "하루 평균 100~150명 정도의 어린이 환자들이 내원하고 있을 정도로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며 "항원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되면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하고 있는데,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합병증이 생겼거나 심한 증상이 있는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조기에 투여하면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 주의사항과 예방법
주의사항과 예방수칙으로는 △노약자·만성질환자 등 인플루엔자 우선접종 권장대상자는 예방접종을 받을 것. △자주 손을 씻고 개인 위생수칙을 잘 지킬 것. △기침이나 재치기를 할 때에는 손수건이나 휴지, 옷깃 등으로 입을 가리는 기침 에티켓을 지킬 것. △발열과 호흡기 증상(기침, 목 아픔, 콧물 등)이 있는 경우 마스크를 착용할 것. △독감이 유행할 때에는 가능한 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할 것. △독감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즉시 의사의 진료를 받을 것 등이 있다.
 
김원정 과장은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사소한 감기 증상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진단해 약국에서 약을 사먹지 말고 병원에서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아스피린의 경우 라이(Reye)증후군(치료 말기에 뇌압 상승이나 간기능 장애로 인해 심한 구토와 혼수상태를 초래하기도 한다)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18세 이하 환자들의 경우 투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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