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돈 김해뉴스 독자위원·김해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

겨우내 추위를 이겨낸 새싹들이 대지를 뚫고 힘차게 돋아나는 봄이 오고 있다.

이맘때면 신학기를 맞이하는 청소년들은 한 단계 더 성숙해진다는 뿌듯함과 새로운 선생님, 친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렘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일부 청소년들은 또 다른 학교 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시기이다. 특히 최근에는 김해의 10대 여중생들이 후배 여학생을 집단 구타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2.1%), 중학생(0.8%), 고등학생(0.3%)이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유형은 언어폭력(39%)이 가장 많았고 집단따돌림(19.5%), 스토킹(10.6%), 사이버 괴롭힘(8.2%), 신체폭력(7.7%) 순으로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점은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나이가 점점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80%가 초등학생 때 처음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한다. 게다가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심의 건수 중 중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이 60~70%에 이른다. 중학생들의 폭력성 정도도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

학교폭력은 피해학생에게 심리적·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해 청소년들의 성장과 생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실제로 피해학생의 71.6%가 정서적으로 매우 힘들었다고 응답했다. 피해 학생 10명 중에서 4명은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 모욕감이나 억울함, 증오 등으로 등교 거부와 가해 학생을 향한 복수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자살을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제외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방관자적 행동을 취하는 주변인이 된다. 이는 피해자와 가해자, 목격자 모두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고 한다. 평생의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후조치보다는 예방교육과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학교폭력은 당사자 간 화해가 안 되면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려 사실 여부를 따져보고 정해진 법에 따라 가해자에게 처벌이 내려진다. 학교 측은 학부모와 학생에 대한 심리적 안정과 치유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인지 요즘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학교폭력이 선생님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음을 반증해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해결을 위해 지난해 8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이에 따르면 오는 3월부터 기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지역단위 교육지원청 소속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와 담임교사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당국의 부단한 노력과 교사들의 용기 있는 태도, 교사를 신뢰하고 협조하는 학부모의 인식 변화가 중요한 상황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응원이 필요하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12살 때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꿈을 심어주고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 교사와 학생, 부모님으로 구성된 교육의 삼위일체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학교 교육을 바로 세워야 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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