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영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코로나19로 세기말을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일회용 마스크와 손 소독제의 가격 폭등은 물론이고 그마저도 구할 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의 호소는 온라인을 통해 흔하게 볼 수 있다. 집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공동체는 흔들리고 사람들은 더 작은 점으로 겨우 숨 쉬며 개인의 생존을 불안해하는 요즘이다.

1969년 미국공중위생국에서는 이제 전염병의 시대는 갔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조류 인플루엔자, 사스, 메르스, 에볼라, 신종플루,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등은 오만한 인간들이 전염병이 극복되었다고 외친 후에 발생했다. 이 질병들이 두려운 이유는 발생지에서 아주 강력한 전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한 지역에 국한돼 발생했던 것이 국제교류가 늘어나고 이웃나라를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편리해지면서 문턱이 사라졌다.

전염병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증가하고 독성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놀라운 것은 그 기저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과 폭우, 역대급 태풍, 폭염,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병원체의 성장속도를 빠르게 하고 모기, 설치류 등 질병매개동물의 생육환경을 바꿔 병원균을 더 쉽게 옮기도록 한다.

국회기후변화포럼과 기상청은 '기후위기와 사회적 대응방안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한반도가 처한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하며 기후변화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21세기 말에는 40도 이상 폭염이 최대 70일까지 지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에서 인간이 살고 있는 면적은 1%에 불과한데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7%가 인간이 살고 있는 면적에서 나온다며 앞으로도 인위적인 기후변화는 계속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기후변화의 파국을 막으려면 앞으로 10~15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기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 나가야한다. 가장 먼저 탄소 배출량 1위인 석탄화력발전을 조기 퇴출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석탄화력발전은 발전량에서 42%를 담당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에선 77%를 차지한다(2017년 기준). 그럼에도 전국에 60기의 석탄화력발전 설비가 가동 중이며 현재 7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의 오명을 씻을 생각이 아직도 없는 듯하다.

얼마 전 사단법인 기후솔루션과 경남환경운동연합, 사천·남해·하동 석탄화력발전 주민대책위가 주최한 '기후위기를 조장하는 석탄화력 조기 폐쇄를 위한 토론회'에서 석탄화력 조기폐쇄에 따른 건강편익 분석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경남 소재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천포(1~6호기), 하동(1~8호기), 고성하이(2호기 건설 중)로 연간 조기사망자 378명과 우울증 환자 3006명이 발생한다. 올해부터 설계수명이 다하는 30년까지 각각 모두 가동하였을 때 누적 조기사망자 수는 총 4412명이다. 만약 정부가 2030년에 석탄화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한다면 살릴 수 있는 사람은 1714명이 된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눈앞에 석탄화력발전소가 없는 김해에서 연간 조기사망자 수가 11명씩 발생해 경남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본다는 것이다. 이어 진주 8명, 마산·창원 7명, 양산 6명 등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 석탄화력발전소는 필요악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폐쇄해야하는 것이 최선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실제로 이뤄내고 있는 독일의 예가 있음에도 석탄화력을 붙잡고 있는 것은 기득권체계를 유지하려는 경제 적폐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코로나19는 날씨가 따뜻해짐에 따라 확산이 억제될 것이다. 그 사이 쌓인 일회용 쓰레기처리와 과도한 방역으로 인한 환경적 피해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고 이마저도 우리 인간은 인간의 입장에서 해석된 방식으로 처리해 나갈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고민하고 행동하기에는 아직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깨달을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만 급급해하며 바로 몇 달 앞만 보고 당장 살 길만을 찾을 것인가, 서서히 죽어가지만 대량살상이 예고된 10여 년 후를 막기 위해 행동할 것인가의 선택은 우리에게 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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