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미경 김해뉴스 독자위원·우리동네사람들 간사

지난 달 18, 19일 양일간 김해에서는 인제대학교LINC+사업단 주최로 '제1회 대학과 지역커뮤니티 혁신전략 국제포럼'이 열렸다. 지역대학에 거는 역할기대로 보자면 진작 필요한 자리였고 늦은 감이 있으나, 급속한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위기 타개책으로 점차 직업훈련기관화 되며 경쟁력 확보에만 주력하던 대학이 사회혁신의 바람을 타고 '지역과의 동반 관계'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다.

19일 기조강연에서는 재작년 국토부 공모 선정으로 추진 중인 삼방동 '캠퍼스형 도시재생뉴딜사업' 전략이 소개됐는데, '지역과 대학이 소통하고 상생하는 문화·경제 생태계 조성'이 핵심이다. 이어 1부에서는 한일 대학 관계자들이 '지역과 대학의 협력관계 구축 경험'을 공유했는데, 대학의 지역활동가 배치나 지역혁신가 양성을 비롯해 전공 간 융복합 프로젝트 수업 같은 '문제-해결 교육시스템'을 통한 지역사회공헌이 주된 내용이었다. 한편 2부에서는 '공유자산으로서 대학의 사회적 책임 실천 전략'이 다뤄졌는데, '공익 지향성'과 '지역 정체성'을 함양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연계 교육을 활용함으로써 지역을 알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현장전문가' 양성이 강조되었다.

그런데 '지역혁신'이라는 접점을 통해 지역과 소통하려는 대학의 이런 다각적 노력을 응원하면서도, 그 전략적 '방향성'에 문제는 없는지 의문이 든다. 누가 '혁신의 주체'인가? 절실한 필요를 지닌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새로운 방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게 사회혁신이라면, 관건은 '시민 주도성'이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설계에서 '대학이 지역혁신의 주체'라는 인상을 여전히 지우기 어렵다. 즉 지역 문제를 발굴해 정의하고 해결하는 큰 틀 속에서, 대학은 인적·지적·기술적 자원을 주도적으로 생산 공급하는 능동적 주체요 주민들은 잘 조성돼 주어진 환경을 활용하고 누리는 수동적 참여자요 수혜자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는 곧 '어떻게' 지역사회에 기여할 것인가? 라는 '대학 본연의 사명'과 연관된 문제로, 당연히 그 답은 '교육'에 있겠지만 교육의 '대상과 초점'에 있어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즉 이제까지 '학생 중심'의 지역인재양성과 '문화와 경제 중심'의 지역문제해결 및 '고급 취미 수준'의 평생교육에 경도된 나머지, 정작 지역혁신의 주체가 돼야 할 주민들의 비판적 사회의식과 자생적 문제해결 역량을 키우는 '시민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직무유기 중인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학이 직접 나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주민들 스스로 문제를 풀며 더 나은 지역사회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성장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게 지역대학의 능사가 되는 것, 어디서나 통하는 교육의 원칙이기도 하다.

'시민의 지식과 능력, 존엄과 자부심이 늘어날수록 더 나은 혁신적 해법으로 이어진다'는 유럽 사회혁신기관들의 공동연구 결과를 굳이 덧붙이지 않더라도, '지역민'이 역동적으로 깨어 있어야 지역도 생동감 있게 살아나고 지속가능성도 담보되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지역 최고교육기관인 대학이 양성해야 할 '인재'의 개념을 '학생'에서 '시민'으로 확장함으로써 시대가 요청하는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능력을 기르는 '시민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특히 '시민력'이 중요한 자산이 될 지방분권시대를 앞둔 시점에서, 지역대학에 요구되는 이러한 교육혁신은 지역혁신의 질을 좌우할 것이다. 지역민을 통해 지역을 성장시키는 대학에 애정은 절로 따라올 것이고, 지역대학의 생존 문제 역시 더 이상 고민거리가 안 될지 모른다. 초중고조차 마을교육공동체를 외치며 학교 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요즘, 지역 시민사회가 손 빌릴 일 많은 대학의 육중한 문은 참 소심하고도 더디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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