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응할 미래 청사진 제시
"새 시대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생물종으로서 인류의 운명 결정될 것"
저자가 제러미 리프킨이어서 더 눈길이 갔다.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3차 산업혁명> <한계비용 제로 사회> 등의 저작을 통해 미래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해온 선구적인 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가 아니던가. 그가 신작 <글로벌 그린 뉴딜>에서 또 어떤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장할지 궁금했다.
서문에서 책을 낸 배경을 접할 수 있었다. 서문에 유엔 산하 과학위원회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섬뜩한 경고가 나온다. 2018년 10월 IPCC는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도가 올라갔으며, 앞으로 0.5도가 더 올라가면 지구 생명체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의 경고는 벌써 현실화했다. 기후변화로 몇 개월간 지속한 호주 산불을 비롯해 허리케인, 홍수 등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며 인명과 재산 소실, 생태계의 파괴가 뒤따르고 있다. 이는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워 초래한 지구온난화에 기인한다.
IPCC는 이를 피하려면 지구온난화 가스의 배출량을 2010년 수준에서 45%를 줄여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것은 글로벌 경제, 사회, 삶의 방식을 인간의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함을 의미한다.
제레미 리프킨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릴 에너지 혁명과 '그린 뉴딜 계획'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그는 전 세계의 미래, 인류, 같이 살아가는 생물, 공동의 행성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내세운다. 세계 곳곳에서 빠르게 가속도가 붙고 있는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 바로 그것이다. 그린 뉴딜이란 이름은 1930년대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원한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과 유사한 비상 대책이라는 의미로 친환경 녹색 성장에 방점을 둔 것이다.
리프킨의 주장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2028년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을 예측한 점이다. 그는 지구온난화에 가장 책임이 있는 4대 핵심 부문인 정보통신기술(ICT)과 텔레콤, 전력·전기 유틸리티, 운송과 물류, 건축물 분야가 화석연료 산업과 결별하고 태양열과 풍력 등 저렴하고 새로운 그린 에너지를 채택할 것이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송유관과 해양 플랫폼, 저장 시설, 에너지 생산 설비 등 화석연료 산업 안에서 100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이 좌초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린 뉴딜이 논쟁의 화두로 부각하는 동안 주요 산업계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많은 에너지와 전기를 사용하고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ICT 부문이 대표적이다. 화석연료를 분리하고 녹색 에너지에 재투자하는 과업에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다. 2018년 4월 애플은 세계 곳곳에 있는 자사의 모든 데이터 센터가 이제 재생에너지로 가동된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2017년 자사의 데이터 센터에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했으며, 현재 재생에너지 인프라에 총 35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20개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같은 해에 향후 건립하는 모든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계 주요 도시도 화석연료 사용 자동차가 전기 차량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란 전망을 도시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2019년 4월 로스앤젤레스의 시장 에릭 가세티는 2025년까지 로스앤젤레스시의 모든 차량 중 25%, 2035년까지는 80%를 전기 차량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저자는 지구 생태계를 지속할 새로운 경제 발전 모델로 그린 뉴딜의 전 세계적 확산을 주장한다. 탄소 제로 녹색 경제로의 전환을 주도한 EU, 탄소 후 시대로의 전환 계획을 내세우는 중국과 더불어 미국도 그 '녹색 시대'의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책의 말미에 그린 뉴딜 탄소 제로 인프라 구축을 위한 23가지 핵심 제안을 한다. 탄소세 인상, 화석연료 보조금 삭감 등 미국 내 계획 실행을 위한 제안들이지만, 그린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국가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현재 40대 이하의 젊은 디지털 원주민 세대가 '그린 뉴딜 운동'의 중심이 되어 탄소 제로 생태 시대를 이끌 것으로 예측한다. 268쪽에 나오는 저자의 이 말이 마음의 심연 속으로 들어온다. "현재의 기후변화는 그 청구서의 기한이 도래한 것과 다름없다. 복원의 시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새로운 세상의 현실에 어떻게 적응하는가에 따라 생물종으로서 인류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부산일보=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