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는 취미생활 등 다른 일에 관심사를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코로나19 여파 '마음의 병' 늘어
불안, 불면, 무기력에 일상 마비
격려, 몸·마음 균형 유지 등 필요



김해 삼계동 거주 김 모(72) 씨. 김 씨는 요즘 살맛을 잃었다. 평소 모임이 잦았던 김 씨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우려에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어 집안에만 있다 보니 소화불량에다 우울증이 생길 정도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심하게 뛴다. 이러다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고 걱정이 앞선다.

장유 거주 최 모(54) 씨도 1주일에 1∼2회만 집 밖을 나선다. 하루 수십 통씩 가족, 친척들의 코로나 예방법과 확진자 증가 관련 문자를 받다 보니 집 앞 슈퍼에 가는 걸음도 무겁다.

언제 어디서 코로나19에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무기력함으로 이어지는 것 같단다. 최 씨는 "언젠가부터 밤에 잠을 잘 못 잔다"며 "TV를 틀어도 코로나 확진자가 수천 명으로 늘었다는 뉴스만 보이고, 핸드폰에도 수차례 지역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문자를 받으면서 점점 더 밖에 나가는 게 두렵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평화롭던 일상이 어느 순간 멈춰 버렸다. 다행이 김해지역은 지난달 28일 이후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시민들도 일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는 확진자 증가세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또 다른 감염원의 발생 우려 때문에 아직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치고, 불안하고, 고립된 느낌 속에서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부터 최근까지 보건복지부 산하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이 집계한 코로나19 관련 심리상담은 총 1만5710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확진자나 확진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 상담은 272건이며, 자가격리자나 일반인이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신청한 상담은 1만5438건에 달한다. 트라우마센터는 확진자와 그 가족의 심리상담 및 치료를, 자치단체별로 설치된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자가격리자와 증상이 없는 일반인의 심리상담 등을 담당한다.

김해에서도 김해시보건소와 김해시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의학 전문병원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관련 문의나 상담 등 시민들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는 확진자가 많지 않아 현재 시민들의 느끼는 불안 정도는 덜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김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시민들의 심리적 불안정은 타 지역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확진 판정을 받거나 위험군으로 인식돼 자가격리 대상이 된 이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큰 상처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모임·행사 자제, 개인위생·방역 강화 등 '사회적 방역'을 넘어 이제는 행정당국과 지역 유관 단체 등이 개인의 안정을 찾아주는 '심리적 방역'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는 코로나19 사태에 생각이 매몰되다 보면 불안 등 증상이 커질 수 있다며 관심사를 다른 쪽으로 적절히 돌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또 뉴스를 하루에 한 번만 보거나 취미생활 등 다른 일에 몰두하면서 공포 바이러스에 전염되지 않도록 '심리적 방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한다.

김해 한사랑병원 신진규 원장은 "최근 같은 상황에서 불안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과도한 불안은 면역력에 부정적인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 피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예방수칙을 솔선수범해서 실천한다든지, 코로나19가 언젠가는 끝난다는 긍정적인 생각, 몸과 마음의 균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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