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른이 무심히 지나치는 작은 변화를 세심한 관찰력으로 잘 잡아낸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어리니까 못 보는 것보다 어리니까 잘 보이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어른에게는 당연한 하늘의 구성 요소들이 아이의 눈에는 하나하나 의미를 가진다. 당연한 것도 궁금한 아이들에게 당연하지 않은 것은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하늘에>는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이상한 하늘 이야기가 담겼다. 높이 솟은 철탑. 그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서 뭔가를 외치고 있다. 고공농성의 현장을 바라보며 아이는 그 사람들이 왜 거기에 있는지, 무엇을 하기 위해 거기 올라간 것인지 궁금하다.

426일, 406일, 309일, 296일, 227일, 171일, 80일… 수많은 노동자들이 굴뚝, 광고탑, 타워크레인, 송전탑, 통신탑 위에서 위태로운 시간을 보냈다. 겨울에는 최저 영하 21도까지 내려가고, 여름에는 최고 영상 62도까지 올라가는 하늘 위 좁은 공간에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가둔 이유는 단 하나. "제발 내 말을 좀 들어 달라"는 절박한 외침이다.

아이 혼자 하늘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 책은 수많은 이들이 함께 모여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난다. 모두의 얼굴에 '당신이 다시 땅으로 내려올 수 있게 돕고 싶다'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절박함이 극에 달하기 전에, 그래서 누군가 다시 저 좁은 하늘에 오르기 전에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기. 그들이 왜 거기 있는지, 무엇을 주장하는지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말라고 말하는 그림책. 어른이 먼저 읽어야 할 것 같다.  

부산일보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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