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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위협하고 세상 바꾼 '전염병'.책(BOOK)
  • 수정 2020.03.25 09:18
  • 게재 2020.03.25 09:14
  • 호수 464
  • 8면
  •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neato@busan.com)

결핵 희생자 수 10억 명으로 '최대'
페스트·콜레라, 인구 급감 변동 초래
스페인 독감, 예방 접종 중요성 환기
유럽인, 천연두로 신대륙 손쉽게 차지
최고 권력자들 질병 기록도 흥미진진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인류는 무서운 전염병에서 벗어나면 또 다른 새로운 전염병의 위협 앞에 다시 놓이고 했다. 현재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진입한 코로나19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희생자를 낸 전염병은 무엇이었을까?
 
미국 의사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에서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간 병은 '결핵'이라고 말한다. 결핵으로 죽은 사람은 지난 200년 동안 무려 10억 명에 이른다. 20세기 초반에는 유럽 인구 7명 중 1명이 폐결핵으로 숨졌다. 오늘날에도 매년 800만 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하며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이 병으로 사망한다. 그런데 19세기 들어 유럽에서 작가나 화가, 음악가 등 예술가들이 결핵에 걸려 숨지면서 결핵은 재능 있는 사람들이 걸리는 질병으로 미화됐다.
 
결핵 소재 작품도 많이 나왔다.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아픈 아이'라는 작품을 통해 폐결핵으로 죽은 누이를 애도했다. 독일 소설가 토마스 만이 1924년 발표한 <마의 산>은 스위스 다보스에 위치한 결핵 요양원이 작품의 배경을 이룬다. 토마스 만은 1912년 폐렴 증세로 다보스 요양원에서 치료 중이던 아내를 문병하러 들렀다가 결핵 환자들의 참상을 접하고 이 소설을 썼다.
 
반면 '페스트'는 가장 공포스러운 전염병으로 역사에 기록돼 있다. 이유는 짧은 기간에 막대한 사망자를 냈기 때문. 1347년 발병해 1352년까지 5년 새 유럽 전체 인구 30%가 페스트로 목숨을 잃었고 그 수는 대략 1800만 명에 달한다. 페스트란 질병은 중세 유럽 사회 구조까지 바꿔버렸다. 수많은 사람이 페스트로 사망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졌다. 유럽 내 수많은 지역에서 노동자 임금은 상승했다. 농노를 구하기 어려워 유럽 경제 기반인 장원제도와 봉건제도가 급격히 흔들렸다.
 
페스트처럼 콜레라도 사회 시스템 변화를 끌어냈다. 콜레라로 인해 많은 도시가 공중위생 환경 개선에 나섰다. 19세기 콜레라로 인도에서만 15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9세기 독일의 대도시에서는 주민 1%가 사망했고 프랑스에서는 1만 8000명, 영국에서는 2만여 명이 희생됐다. 1854년 영국 의사 존 스노우가 질병지도를 통해 콜레라가 수인성 질병임을 밝혀내면서 깨끗한 물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각 도시는 운하를 정비하고, 깨끗한 식수 공급을 위해 노력했다.
 
1918~1920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 전염력도 대단했다. 전 세계 약 5억 명이 감염됐고 적게는 2500만 명에서 많게는 1억 명까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세계 인구 5%에 해당하는 수치다. 스페인 독감 유행으로 예방 접종과 의료기관 종사자 안전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스페인 독감 확산 초기에 의료종사자가 많이 감염되면서 병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희생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16세기 유럽인들은 천연두로 신대륙을 손쉽게 차지할 수 있었다.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들어가면서 천연두 바이러스가 아스테카 왕국과 잉카 왕국 등 신대륙 원주민들에게 퍼졌고, 면역 체계가 없었던 원주민들은 천연두에 걸려 인구 30%가 사망했다.
 
이처럼 인류를 위협하고 세상을 바꾼 전염병의 사례가 풍부하게 등장한다.
 
전염병 사례 외에 책에서 또 하나의 축을 이루는 최고 권력자들의 질병 기록도 흥미롭다. 질병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의 건강과 목숨을 앗아감으로써 역사 흐름을 바꿨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사례가 대표적.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북서부를 정복해 대제국을 이룩한 그가 33세의 젊은 나이에 질병으로 요절하지 않았다면 당대 지도는 크게 달라졌을 터.
 
히틀러가 젊은 시절 일시적으로 시력을 상실하지 않았더라면 화가의 길로 계속 갔을지도 모른다는 부분도 흥미롭다. 히틀러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겨자가스 노출로 생긴 결막염으로 시야가 급속도로 흐려지고 안검 경련까지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화가가 아니라 선동가의 자질을 발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가 화가가 되지 않은 것은 인류에게 큰 불행이었다. 의학과 역사적 지식이 절묘하게 버무려져 잘 읽히는 책이다.
 
부산일보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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