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처>는 현생 인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유전학을 통해 해명하고 있다. 답은 믹스처, 즉 교잡(혼혈)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통설에서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단일하게' 기원했다고 했었다. 아프리카의 아담과 이브 1명에서 기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나온 것은 맞으나, 그 이후 곳곳에서 다른 인류와 피를 섞었다며 '주로 아프리카 기원' 설로 바뀌었다고 한다.

책은 유럽 아메리카 인도 아프리카 동아시아에서 인류가 어떻게 이동 확산했는가를 DNA 확인을 통해 역추적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동아시아가 관심이다. 5만~1만 년 전 중동을 거쳐 인도 북부에 도달한 호모 사피엔스는 계속 곳곳으로 나아갔다. 그중 한 줄기는 1만 5000년 전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갔다.

아시아 쪽으로 진출한 이들은 9000년 전 독자적으로 황하 집단과 양쯔강 집단, 2개로 나뉘어 농경 단계에 접어든 뒤 5000년 전에 양 사방으로 흩어졌다는 것이다. 황하 집단의 한 줄기는 티베트 쪽으로 갔고, 양쯔강 집단의 한 줄기는 동남아시아로 갔으며, 다른 줄기는 대만으로 건너가 필리핀 인도네시아를 통해 태평양의 숱한 섬들로 흩어졌다는 것이다.

이 책의 아쉬움은 한국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한국 경우, 황하와 양쯔강 양쪽 집단의 기술과 문화가 흘러들어왔다고도 하지만, 훨씬 위쪽인 시베리아 북쪽의 길을 개척했던 인류의 기술과 문화가 들어왔다고도 한다. DNA 분석 기술의 혁명적 발전으로 언젠가 우리가 아프리카에서 어떤 길을 통해 이곳 한반도에 이르렀는지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일보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an.com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