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일생'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소설가 기 드 모파상(1850~1893)이 33세 때 쓴 작품이다. 한 시골 귀족 여인이 유산과 조산, 자식의 타락, 부모의 죽음, 고독, 가난 등을 겪은 뒤 마침내 죽음을 맞는, 한 여인의 전 생애를 다룬 작품이다.
 
"인생이란 보시다시피 그렇게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가 봅니다."

주인공 잔느의 하녀인 로잘리가 한 말이 내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인생에는 불행한 일과 행복한 일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암시하는데, 나는 거기에서 희망을 본다.

그러나 이런 말은 인생을 거의 마지막까지 살아본 사람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살아보지도 않고 어떻게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대체 모파상은 삼십 대 초반의 나이인데도 어떻게 인생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나는 시골에서 살았다. 당시 집에서는 낡은 찬장을 책장으로 쓰고 있었는데, 거기에 몇 권의 문학책이 꽂혀 있었다. 그때 읽었던 책이 바로 이 책 '여자의 일생'인데,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말할 수 없이 슬펐다.

슬프기로 치자면 초등학교 시절 학급문고에 꽂혀 있던 위다의 '플랜더스의 개'가 먼저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년 네로가 할아버지와 늙은 개 파트라슈와 함께 우유배달을 하면서 정직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가난한 생활을 견디던 네로가 도둑의 누명을 쓴 채 교회당의 한 그림 밑에서 개를 끌어안고 얼어 죽는 장면에서, 어린 나는 내 일처럼 많이 슬퍼했다.
 
그 다음이 이 책 '여자의 일생'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잔느는 행복한 아내를 꿈꾼다. 하지만, 남편은 하녀와 바람을 피워 아이를 낳고 또 다른 부인과 간통을 하다가 살해된다. 그리고 유일한 희망인 외아들마저 방탕한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작가는 잔느가 편안한 삶을 잠시도 살지 못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궁극적으로 잔느의 불행은 남자를 잘못 만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남편과 아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반면교사(反面敎師)'로서 나에게 커다란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하지만 여자의 처지에서 보면 잔느의 꽉 막힌 사고(思考)에 화가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 책을 누가 읽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을 통해 나는 현재의 위치에서 과거의 삶을 반추하고 미래의 삶을 예측해 볼 수 있었다. 미래의 삶을 예측해 보는 일, 이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편안한 말년을 예측하였다면 농부가 쌀을 얻기 위해서 벼를 심는 것처럼 지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 책을 읽고 그랬듯이 지금도 나는 내 삶에 대해 예측하길 즐긴다. 33세 남자인 모파상도 여자의 삶을 예측하고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시인 양민주는?
1961년 경남 창녕 출신. 인제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인제대 기초대학 교학과에서 근무중이다. 김해문인협회 부회장으로, 김해문협 화요문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김해문협과 시동인모임 '포엠하우스'를 중심으로 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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